안동 낙동강변 조경수 고사…모두 400여 그루 8억원 날려
"모래사막에 모내기를 한 격입니다. 나무를 심은 곳에 물을 부어도 다 빠져버리니 살아있는 나무도 곧 죽을 겁니다." 10일 오후 안동 낙동강변 둔치. 심어진 나무들 가운데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나무들이 곳곳에 있었다. 또 나뭇잎 끝이 노랗게 말라버린 나무도 적지 않았다. 이 나무들은 지난해 3월에서 11월까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안동낙동강변 생태하천 조성공사를 하면서 심어놓은 것들로 소나무'느티나무'왕벚나무'배롱나무 등 1천976그루나 된다. 그러나 심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상당수 조경수들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취재 결과 11일 현재까지 고사한 나무만 어림잡아 400여 그루. 직경 30㎝ 이상 되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현재 시중가로 200만원 이상을 넘는다고 따졌을 때 약 8억원이 넘는 액수다.
안동2지구 생태하천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안동시는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로 벚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며 "최근까지 말라죽은 조경수 199그루를 하자보수 대상에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폭염 탓에 나무들이 말라죽었다'는 설명과 달리 나무를 심을 때 차진 모래가 아닌 굵은 모래나 자갈로 깔아놔 물이 다 빠져버리면서 고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방서에 따르면 나무를 심을 장소의 객토 흙은 부식질이 풍부하고 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사질 양토를 사용해야 한다. 또 식재지의 토질이 수목생육에 부적합한 경우 감독관과 협의해 처리 후 채움흙을 전량 객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시공을 맡은 조경업체가 원칙을 무시한 날림공사로 아까운 나무들을 고사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한 조경 전문가는 "폭염도 문제지만 이곳의 토질이 굵은 모래나 자갈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나무를 식재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나무를 다시 심더라도 곧 다시 죽고 말 것"이라고 했다.
안동시 재난방재과 장승재 담당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1회 1천만원씩 모두 4천만원을 들여 물을 주었지만 나무의 고사를 막을 수 없었다"며 "이런 식이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안동의 경우 조경업체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방서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장 확인 후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양질의 흙으로 대체토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안동'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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