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강국 코리아] <6>하버드대학의 곤충로봇들

입력 2012-08-06 07:48:32

파리로봇 "정찰임부 명 받았죠"

현재 테스트 중인 파리 로봇. 초소형 센서가 달려 있어 국방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현재 테스트 중인 파리 로봇. 초소형 센서가 달려 있어 국방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무더운 여름철, 파리나 모기는 성가신 불청객이다. 생긴 것도 징그럽고 작고 초라해 딱히 쓸모도 없어 보인다. 눈에 띄면 우선 '탁' 때려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일상에서 곤충은 하찮고, 보잘것없고, 쓸모없다는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바퀴벌레, 지네, 파리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곤충이 최근 로봇 연구분야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을 닮은 곤충 로봇들이다.

◆하버드 대학의 곤충 로봇들

지난달 찾은 하버드대 '위스(Wyss) 연구소'에서는 군사'산업'우주용 로봇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의 아시모처럼 인간의 외양이나 기능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컨베이어 생산라인에서 혼자 정해진 일만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 대신 곤충으로 확대한 생체모방(biominetic) 로봇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개발 중인 파리 모양의 초소형 비행 로봇은 칼로 자르거나 접착제를 발라 조립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종이처럼 얇은 특수 판을 잡아당기고 접어서 만드는 '팝업'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팝업(pop-up)이란 책을 펼쳤을 때 종이가 저절로 접혀지며 입체 모양이 되는 방식을 가리킨다. 모든 요소가 한 장의 특수 판에 내재돼 있어 부품을 잃어버리거나 접착이 어긋날 일이 없다. 높은 수준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초소형 로봇은 전자기기 대량생산 과정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위스 연구소 박용래 선임연구원은 "곤충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몸체의 크기가 작아야 비행에 유리하고, 날아오르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가벼운 소재여야 하며, 조종 시스템까지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체를 조립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부품 수십 개 중 하나라도 비뚤게 조립하면 비행이 불가능하다"며 "물론 맨눈이 아닌 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팝업이라는 새로운 조립 방식이 시도됐고, 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전했다.

이 기술은 대학 내 다른 연구소에까지 파급됐다. 이웃한 하버드대 응용과학공대(SEAS) 산하 비스생물공학연구소(WIBIE)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생물학을 응용해 로봇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꿀벌처럼 군집을 이루어 날아다니는 초소형 비행 로봇을 만들기 때문에 이 연구는 '로봇벌(RoboBees)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깃트 멘국 연구원은 "로봇 연구에서 인공지능이나 센서 못지않게 제작방법이나 소재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초소형 로봇은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거나 나사를 이용해 고정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 같아 보이는 이런 아이디어가 초경량 로봇을 제작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융합연구의 산물

법학이나 경영학 등 인문학이 유명한 하버드 대학에서 로봇 등 최첨단 공학이 발달하게 된 것은 각 분야 간 융합연구가 꽃피운 산물이다.

로봇연구로 유명한 매사추세츠공과대(MIT)나 카네기멜론대(CMU)가 군사'의료용 로봇연구에 치중하고 있는 사이 하버드대는 곤충 로봇으로 대변되는 미세 로봇 연구를 특화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 공유로 로봇연구분야에서 틈새를 발견하고 이를 육성 발전시키는 전략을 선택한 것. 이로 인한 파생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박용래 연구원은 "미세로봇 기술은 자동차'로봇'항공기'의료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또 학제 간 공동연구 연구실을 잘 활용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이 학교는 한쪽에 치우쳐 연구의 진전을 보지 못하는 과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학문을 연구한 연구자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실을 운영한다. 지난 2001년부터 나노과학엔지니어링센터(NSEC)를 설립해 이 대학을 중심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UC샌타바버라대, 네덜란드의 델프트공과대, 일본의 도쿄대 등 5개 대학과 보스턴 과학박물관, 부르크하벤 국립연구소, 샌디아 국립연구소,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장비를 공유하며 로봇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첨단기자재가 전시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일부 대학들과 달리 하버드대의 실험실은 장비운영 전문가가 연구와 실험에 필요한 장비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실험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업과 협력을 통해 양질의 실습교육을 제공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연구인력을 위해 로봇공학과 자동화 실험실을 제공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깃트 멘국 연구원은 "연구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로봇을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화면을 통해 실험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관련 정보를 얻고 이를 활용해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글'사진 최창희기자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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