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에서는 '대기 아동'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보육원에 입학 신청을 했으나, 들어가지 못한 영유아를 가리킨다. 내가 사는 나고야는 일본에서 대기 아동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나 역시 보육원 문제로 곤란을 당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현재 일본의 보육 시설은 정부가 정한 설치 기준을 충족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한 인가(認可)보육원과 승인을 받지 않은 인가외(認可外)보육원이 있다. 인가보육원은 기초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보육원과,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법인 등이 운영한다. 이들 보육원은 모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보육료는 아동이 있는 가구의 전년도 소득 세액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면, 나고야에서는 비과세 가구는 무료이며, 소득 세액 9천400엔, 7만 5천 엔, 103만 7천200엔 이상의 경우는 한 달 보육료가 각각 1만 7천500엔, 3만 4천900엔, 6만 4천 엔이다.(두 번째 아이는 반액, 세 번째 아이는 무료) 부모가 직장을 가진 가정에서는 대부분 이들 보육원에 신청을 한다. 나고야에서는 부모의 근무 상황뿐만 아니라, 조부모 등 친척이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2012년 4월 1일 현재 나고야의 대기 아동 수는 1천32명이나 된다. 내 경우에는 보육원을 선택할 수도 없었으며, 멀리 떨어져 있어 다니기가 어려운 보육원에 배정을 받아야 할 형편이었다. 내 친구의 경우는 근무 형태에 전혀 맞지 않는 탁아소에 배정을 받았다. 물론 대기 아동을 면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보육원 수에 있어서는 한국에 비해 훨씬 열악한 환경이다.
오랜 불황으로 예전처럼 아버지는 밖에서 일하고 어머니가 살림만 하는 전통적 가족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부부가 함께 일하지 않으면 가계가 성립하지 않는 가정도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요타자동차로 인해 불황을 몰랐던 나고야는 전국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나고야에 대기 아동 수가 많은 것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무관심했던 시당국의 늑장 대처 때문이다. 반대로 도쿄는 정부의 설치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시가 독자적으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인증보육원'으로 인정하는 독자적인 제도를 만드는 등 일찍부터 대책을 수립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도쿄에 사는 지인은 아이를 인증보육원에 맡기고 있으나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보육 문제를 배경으로 최근에는 인가외시설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민간 보육원, 기업이나 병원 및 대학 등에 설치된 보육원을 말한다. 아무런 보조가 없는 보육원의 경우는 보육료가 월 10만~15만 엔(한화 약 145만~217만 원)으로 아이를 맡기기에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기업이나 기관에 설치된 보육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업과 기관이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다. 우리 집 아이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 설치된 보육원에 다니고 있다. 대학 보육원은 5년을 단위로 입찰을 통해서 전문업체가 운영을 맡고 있다. 보육료는 아이의 연령과 보육 시간에 따라 월 3만 엔에서 6만 엔까지 다양하며, 시의 인가보육원의 보육료보다는 비싸다. 우리 집 형편을 생각하면 큰 부담이지만, 인가보육원에 배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한다.
보육료가 부담이긴 하지만,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기 때문에 위안을 얻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보육원은 인가보육원보다 선생님의 수도 많고 잘 보살펴준다. 선생님의 애정 속에서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평소 우리 아이는 콧노래를 부르는 등 밝은 편이다. 어느 날 아침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 "오늘 보육원 쉴까"라고 물었는데, 아이는 "보육원에는 꼭 갈 거야!"라고 했다. 아이가 보육원의 선생님과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많다. 그래서 지금 다니는 보육원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가 어린아이의 보육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보육 문제는 아동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복지 문제이기도 하다.
미야자키 치호/일본학술진흥회 특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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