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중 1명 승용차 출근·연봉 2천만원대 가장 많아

입력 2012-07-28 07:21:36

'나대구'씨를 통해 본 대구의 사회지표

대구시가 최근 펴낸 '대구의 사회지표' 보고서(본지 25일자 1면 보도)는 시민 삶의 모습과 가치관의 변화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 매일신문은 조사항목 가운데 일부를 인용,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과 생각을 재구성해봤다. 괄호 안의 수치는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의 평균치가 아니라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인 응답 위주다. 보고서 원문은 대구시청 홈페이지(행정정보→대구통계→지역통계→대구사회조사)에서 볼 수 있다.

◆사교육비 부담에 휘청

대구에는 86만8천880가구(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가 산다. 40대 후반의 가구주(14.3%)인 '나대구' 씨의 가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느 집처럼 나 씨네도 부부와 자녀로 구성(51.7%)돼 있다. 하지만 주변에는 부부(18.2%)만 살거나 아빠나 엄마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14.1%)가 10년 전에 비해 꽤 늘었다.

승용차 편으로 출근(50.9%)한 나 씨는 30분(37.5%)이 걸려 회사에 도착했다. 기름값으로 한 달에 11만~20만원(37.4%)을 쓰지만 평균 시속 19.8㎞에 이르는 주행속도가 그럭저럭 괜찮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은 접근성 부족(18.2%)이 늘 문제점이다. 반면 고등학생인 아들은 도시철도(7.9%) 대신 버스(44.3%)를 이용하거나 걸어서(33.5%) 다닌다. 환승 체계에 대해선 대체로 만족(43.1%)하지만 환승 시간 부족(52.1%) 등의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자전거 이용은 전용도로(49.0%)'편의시설(16.7%) 부족이 불편하단다.

나 씨는 아침부터 기분이 씁쓸하다. 아들의 학원비를 두고 아내와 언쟁을 벌인 탓이다. 사교육비로 월 30만~40만원(22.9%) 정도 쓰지만 90만원 이상(17.3%) 투자하는 집도 있다는 아내의 성화에 어깨가 무겁다. 아들은 대학에 가면 스스로 등록금을 벌거나(7.2%) 장학금(12.7%)을 받겠다고 자신하지만 아무래도 도와줘야(61.7%) 할 것 같다. 괜스레 학교의 '방과후 수업' 탓도 해본다. 불만(13.5%)의 주요 원인은 다양하지 못한 내용(42.5%)과 부족한 전문교사(21.8%) 등이다.

◆팍팍한 살림, 노후도 걱정

나 씨의 연간 소득은 2천만원대(19.7%)다. 십수 년째 전국 꼴찌를 헤매는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1천493만원'잠정치)과 무관치 않다. 소득은 장래에도 늘거나 줄지 않고 지금처럼 유지(41.7%)될 것으로 기대한다.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88.0%)은 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44.0%)와 장래성(44.0%)은 보통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직장 동료들도 대구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쪽(14.2%)보다 악화(21.1%)되거나 변동 없을 것(43.6%)이란 의견이 많다.

얄팍한 월급봉투와 달리 생활비는 100만원을 훌쩍 넘겨 200만원(27.6%) 가까이 든다.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식료품은 대형마트(51.0%), 전통시장(20.5%)에서 구입하지만 서적'문구류는 인터넷 쇼핑몰(18.0%)을 이용하기도 한다. 빚(48.2%)도 있다. 살고 있는 집 때문(48.9%)이다. '소득이 부족하지만 절약'(49.1%)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서민처럼 소득분배가 불공평(73.7%)하다고 생각하며, 여성들이 가정일에 관계없이 직업을 갖는 게 좋다(44.7%)고 말한다.

은퇴 이후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친구 중에도 노후가 여유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부류는 20%가 안 된다. 건강(22.1%)이나 외로움(10.2%) 등도 걱정이지만 당연히 경제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린다. 연간 소득이 5천만원이 넘은 친구들은 그나마 약간 더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쯤 되니 서글픈 생각도 든다. 판매직에 종사하는 나 씨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신의 생활만족도로 6.1점(10점 만점)을 줬다. 전문직이나 관리직(6.6점), 사무직(6.5점)에 있는 동료들보다는 낮지만 기능'노무직 동료(5.9점)보다는 조금 높다. 가정생활(6.6점)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재정 상태(5.0)가 가장 큰 불만이다.

◆그래도 참고 견뎌보자

대학생 딸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나 씨의 남모를 고민이다. 평균 결혼연령이 29.6세이고, 첫 자녀의 출산연령이 30.1세라니 늦은 건 아니지만 하여튼 걱정이다. 결혼은 하는 게 좋고(64.6%), 국제결혼에 대한 거부감(44.3%)도 없는 그는 출산율 증가를 위해선 정부의 자녀양육비'교육비 지원 확대(67.8%)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국'공립 보육시설이 대구에 37곳밖에 안 된다는 딸의 푸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주 한 잔의 유혹을 뒤로한 채 퇴근한 나 씨는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한다. 가사일은 아내에게 완전히 맡겨 둔다(37.5%)는 친구들이 부럽지만 어느 정도는 분담(53.0%)하려고 애쓴다. TV 9시 뉴스에서 나오는 '황혼 이혼율 증가'란 보도에 가슴이 뜨끔하다.

잠자리에 든 나 씨는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종일 스쳐간 일들을 손꼽다 보니 어느새 여유가 생겼다. 편안함(76.8%), 미소 짓기(74.5%), 존경과 대우(56.8%), 흥겨움(52.4%) 등 긍정적 경험(3회)이 스트레스 등 부정적 경험(2회)보다 많은 게 아닌가! 꿈결에 어느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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