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윤리'가 중요해지는 이유

입력 2012-07-26 11:07:31

이 칼럼을 준비하면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런던올림픽이 역대 최고의 환경친화적이고 윤리적인 올림픽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한 방송 뉴스였다. 런던올림픽의 후원 기업인 미국의 맥도날드와 코카콜라사가 경기장과 선수촌에서 독점적 판매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 기업들은 비만과 당뇨를 부르는 정크 푸드를 판매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냈던 다우케미칼도 후원 기업으로 버젓이 참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인류애를 기치로 내건 올림픽 헌장이 존재하지만, 상업화에 물든 지 오래된 올림픽은 후원 기업을 선택할 때 돈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부조리와 부도덕한 행위는 공기 속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금융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거나 금융 위기의 원흉인 미국의 금융회사 CEO들이 수십억 원의 보너스를 챙긴 것은 매우 부도덕한 행위였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CD 금리를 서로 높게 짜고 유지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거나 시중 은행들이 학력을 차별해 대출 금리를 적용한 것도 파렴치한 행위이다. 대기업 역시 국가 경제를 이끈다고 자부하면서도 중소기업을 핍박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업 영역뿐만 아니라 검사나 법관이 힘있는 피의자에 대해 봐주기식 수사를 하거나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등 다른 공적 영역에서도 부조리가 일어난다. 금융 감독 당국이 업무에 소홀해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하거나 다른 공공기관들이 업무를 게을리한 채 기관의 이익을 챙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부조리와 부도덕한 행위는 명백한 처벌이 따르는 범죄와 달라서 그에 대한 분노와 비난을 참고 견디면 대개 넘어가게 된다. 물론 공적인 부조리와 부도덕,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나 규제가 가해지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부조리한 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사회봉사 활동에 나서는 등 두 얼굴을 한 채 굴러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려고 세상의 지성인들이 '분노'하라고 촉구하고 '정의'를 외치기도 하지만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사람들도 각성을 호소하는 데 호응해 '월가를 점령하라'는 것과 같은 시위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먹고살기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데 급급할 뿐이다.

부조리와 부도덕이 판치는 세상을 바꾸려면 '윤리'를 좀 더 확실히 세우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고 윤리적 기준에 따라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윤리'가 경영과 운영의 원리로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윤리'를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윤리'로 평가하고 그 평가 척도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도록 하거나 좋은 평판으로 무형의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다. 부조리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과징금만 물릴 것이 아니라 리더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일깨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지금도 공개 입찰 등에 기업가와 기업, 기관의 윤리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보편적이지는 않다. '윤리'를 세우는 방안을 고려해 본다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해 '윤리지수'를 만들거나 소비자 단체나 시민 단체가 이러한 '윤리지수'를 제시할 수도 있겠다.

이 제안에 대해 기업이나 기관이 또 다른 규제로 생각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형평성 측면에서 봤을 때 그리 억울할 것도 없다. 힘없는 보통 사람들은 소속된 회사나 조직에서 직무 능력을 점검당하고 윤리를 지킬 것을 요구받으며 은행으로부터 신용등급이 매겨지는 등 각종 평가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에 비해 힘있는 기업이나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대선 주자들이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고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달리 말하면 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은 윤리를 갖춘 기업이 올림픽을 후원하고 기업이나 기관이 윤리적으로 스스로 점검할 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