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 대학의 시간강사 A씨는 강의를 맡았던 학과로부터 이달 초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강의평가가 나빠서 2학기 수업을 줄 수 없다'는 짤막한 내용의 통보였다.
A씨는 70여만원을 받고 지난 1학기 3학점짜리 수업을 했다. 그는 대학 측에서 시간강사 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있다. A씨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시간강사법'에 대비해 내 수업을 다른 전임교수에게 줬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시간강사법)이 내년 1월 전면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 법 시행으로 시간강사들의 해고와 신분 불안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시간강사의 명칭을 '강사'로 바꾸면서 현행 조교수 이상과 같은 교원 지위를 인정하도록 했다. 6개월 단위인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해 신분보장을 강화하고 시간당 4만~6만원인 강의료도 1만원 인상한다. 4대 보험료도 대학이 부담해 처우가 개선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의 개정안이 강사 보호는커녕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를 열악하게 만들고 대량 해고를 부추긴다는 원성이 거세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새 법의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를 교원으로 규정하는 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 시간강사의 태반이 3~6학점짜리 강의에 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시간강사 채용 자체를 꺼릴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대학들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강사가 정식 교원이 되면 대학평가의 주요지표인 교원 충원율은 올리면서도 '재계약'이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한교조)는 최근 이런 내용의 개정안의 철폐를 주장하고 나선데 이어 한교조 분회가 설치된 경북대'영남대'대구대 강사노조도 동참하고 있다.
대구대 강사노조 측은 "교내 시간강사가 500여 명 안팎인데 평균 주당 강의시수가 6시간에 불과하다. 학과별로 차이는 있지만 2과목(6학점) 이상 강의를 맡기가 어렵다"며 "교과부 안대로라면 대학마다 조교수 이상 전임교원에 '강의 몰아주기'가 빚어지면서 태반의 시간강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강사노조 측은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인 단체협상 안에 '시간강사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노조 관계자는 "1천여 명의 시간강사 중에 3개 과목을 맡는 경우는 3분의 1도 채 안된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이 해오던 일부 전공강의마저 전임교원에게 넘기라고 한다면 결국 강사들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새 개정안의 폐지를 주장했다.
각 대학 본부도 난감해하고 있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새 개정안에 따라 '강사'로 채용되면 처우가 상당히 개선되겠지만 현 시간강사 중 탈락자가 상당할 것"이라며 "교과부에서 관련 지침을 미루고 있어 대학들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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