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지역 낮 최고 기온이 36℃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에 걸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낮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시민들의 일상과 밤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낮에는 더위와 사투
폭염주의보가 내린 2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평소보다 인파가 확 줄고 그나마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 모두 얼굴을 찌푸린 채 숨을 헉헉거리며 길을 걷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쉘터, 은행, 백화점, 공원 벤치 등은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붐볐다. 주부 문정환(51'여'중구 북내동) 씨는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땀도 식히고 물도 마실 겸 은행에 들어와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안에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구백화점 보안요원 김기대(23) 씨는 "폭염주의보가 내리면서 백화점 안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시원한 음료로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은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냉면집으로 몰려들었다. 패스트푸드점 매니저 문옥경(26) 씨는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15% 정도 늘었고, 햄버거보다 빙수나 음료 종류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구 공평동의 한 유명 냉면집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냉면집 매니저 방문진(45) 씨는 "하루에 물냉면 500그릇, 비빔냉면 300그릇을 팔아 수입이 15%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은 '폭염과 전쟁'
제조업체 근로자와 관공서 직원, 택시기사, 택배기사, 환경미화원들은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날 오후 대구 북구 노원동 3산단 내 한 알루미늄 주조공장. 직원들은 700도가 넘는 용광로 앞에서 알루미늄 용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얼음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선 땀이 뚝뚝 떨어졌다. 한 직원은 "열기가 너무 강해 얼음조끼도 소용없다"며 "살인적인 더위를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3산단, 성서산단 등 대구지역 주요 산업단지 공장들은 직원들에게 콩국수와 냉면, 냉커피, 얼음물, 수박 등을 제공했다. 성서산단 내 한 도장공장 직원은 "도장공장은 페인트를 분사하기 때문에 선풍기를 켤 수 없다"면서 "시원한 음료나 음식을 먹는 게 더위를 식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택시 기사들은 더위 탓에 손님들이 줄어 울상이다. 동대구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 한안석(69'달서구 상인동) 씨는 "손님을 위해 에어컨을 틀고 있어야 하는데 손님이 확 줄어 연료비를 벌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실내온도를 28도 이상 유지해야 하는 건물과 관공서는 '찜통'이다. 공무원 서모(41) 씨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고 힘이 빠진다"면서 "청사를 찾은 주민들도 더우니까 짜증을 낸다"고 말했다.
17개 회사가 입주한 중구 동인동의 한 건물에서 일하는 신모(31) 씨는 "에어컨을 틀어도 온도가 28도에 맞춰져 있고 컴퓨터 열기까지 가세해 너무 덥다"며 "직원끼리 공동으로 미니 선풍기를 구매하거나 차가운 음료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택배기사도 멈출 줄 모르는 더위가 곤욕이다.
◆열대야 피해 도심공원으로 탈출
낮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밤이 되자 두류공원과 신천둔치, 팔공산 등지로 나가 더위를 식혔다.
25일 저녁 달서구 두류동 야외음악당에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거나 텐트를 친 채 쉬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 있던 나영술(44'서구 내당동) 씨는 "집에 있으면 선풍기를 틀어도 땀범벅이 돼 잠을 자지 못할 정도다"며 "바람도 쐬고 더위도 식히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팔공산 동화집단시설지구의 분수대 주변과 숲 속에도 돗자리를 깔거나 텐트를 친 시민들이 더위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심옥자(58'여'북구 침산동) 씨는 "밤에 팔공산에 온 지 3일째"라며 "이곳은 도심 주택과는 별천지 세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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