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강, 희망의 강] (22)유럽<5>-스페인 빌바오 시 행정

입력 2012-07-26 07:53:28

"욕먹어도 바른 길로" 市 살린 리더의 선택

빌바오시가 오늘 날 유럽의 명문도시로 성장한 것은 미술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미술관만으로는 관광객들이 모여 들지 않는다. 관광객을 흡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에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다. 빌바오는 도심부 인구가 20만명에 지나지 않고 빌바오권을 합쳐야 38만에 이른다. 그런 도시에 지하철이 있고, '트램'이라 불리는 지상궤도열차가 있다. 무엇보다 유럽 및 아랍권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국제공항이 있다. 유럽과 아랍권은 매일 또는 격일로 운항하고 있어 접근에 따른 불편은 전혀 없다.

여기다 확고한 리더십이 있었다.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1990년대 바스크 자치정부 및 빌바오시 관계자들은 지역민들의 표를 쫓아 행동하기보다는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결단에 동참했다. 주민 95% 이상이 유치를 반대하는데도 결국 빌바오시가 살아갈 길은 미술관 유치에 있다는 실무진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기에 오늘날 전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지도자의 올바른 방향제시가 도시의 부침을 결정한다. 도시가 완벽하게 재건한 것을 계기로'빌바오 리아 2000'과 빌바오 시청 주도로 현재 도시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다시 진행중이다.

처음에 못생긴 도시였던 것을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시켰는데 지금은 다시 인텔리전트 도시로 변화를시도하는 것이다. 달라진 점은 시민들의 의식. 이븐 아레소 부시장은 "시민들이 우리를 믿기 시작했다. 뭔가 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의견을 조율할 기구를 만들고 여기에 독립성을 부여한 것도 도시 발전의 견인차가 됐다. '빌바오 리아 2000' 프로젝트(rio는 하천을 의미. ria는 밀물과 썰물이 공존하는, 강보다 큰 의미를 나타냄)는 기관끼리의 갈등을 조정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 곳의 인야키 두케 홍보담당관은 "공공조직과 민간이 같이 하는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든 것은 공조직끼리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관이 있었기에 발바오의 발전 프로젝트가 구체적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데 이견이 없다.

두케 담당관은 "철도 및 조선소들은 있던 자리가 가장 편한데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라고 하면 반발이 심했다. 여기다 업종 전환까지 유도하면 저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도시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설득하면 끝내는 협조해줬다"고 했다. 빌바오는 철강 및 조선공업 도시였기에 사양화된 그 업종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전업을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공해를 유발하고, 주변 환경을 해치는 업체들이 도심에 남아 있는 한 도시 발전은 요원하다. 그는 "맨 종이 위에 무엇을 그리는 것은 쉽지만 이미 그려져 있는 것을 지우고 새롭게 그리거나 덫칠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서로 입장이 다른 분야를 조율해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때 기쁨은 정말 크다. 리아 2000이란 조직은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구"라고 자랑했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빌바오 재생에 들어간 비용은 70억2천600만유로. 이 중 네르비온강 정화에 9억유로가 투자됐다. 강을 도시 발전의 디딤돌로 활용하려면 강을 제대로 정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븐 아레소 부시장은 "네르비온강에 다리 하나를 놓는 것도 편리함과 함께 예술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보행전용교인 '스비스리 다리'는 가우디 이후 가장 스페인다운 건축물을 짓는다는 '칼라트라바'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빌바오를 찾은 관광객들은 야간에 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숙박을 하는 경우도 많단다. 자연스럽게 관광 수입이 올라간다.

미술관이 시내에 있으니 시민들은 산책을 겸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수백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만들어 놓고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대구미술관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승용차가 아니면 미술관을 갈 수가 없으니 텅텅 빌 수밖에 없다.

대구는 볼거리가 부족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빌바오도 수도인 마드리드나 톨레도 같은 문화유적이 있는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나머지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는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빌바오시에서 글'사진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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