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공부 성적 만회" 최상위권 대학생 몰려
지방의 한 의대 1학년인 A(19) 군은 요즘 수능 준비로 바쁜 방학을 보내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책상 앞에서 하루종일 수험서와 씨름한다. 공부량만 보면 고3 생활 못지않다. 남들이 선망하는 의대생이지만 A군은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이달 초 과감히 '반수'(半修) 대열에 합류했다. A군은 "안정된 미래를 좇아 현재 대학을 그대로 다닐 수도 있지만 하고 싶었던 물리학 공부를 위해 수도권 대학 등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이나 전공 전환을 위해 수능시험에 재도전하는 대학생을 일컫는 반수생들이 9월 대입 수시 모집을 앞두고 늘어나고 있다.
입시 학원가에서는 특히 최상위권 반수생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 최근 '쉬운 수능' 여파로 1, 2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현상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쉬운 수능 기조에 따라 학습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험 부담이 줄어든 점도 반수생 증가의 한 원인으로 풀이하고 있다.
수도권 의대 1학년인 B(19) 군은 1학기 중간고사를 치자마자 서울의 한 대형 재수학원에 등록했다. B군은 지난해 수능 언어영역에서 평소보다 많은 4개 문제를 틀리면서 원하던 서울대'연세대 의대에 고배를 마셨다. 그는 "대학에서 1학년은 휴학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유급 맞을 각오를 하고 반수를 시작했다"며 "내년(2014학년도) 입시에선 수준별 수능이 도입되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리 나2등급을 받아 원치않는 교육대에 입학한 C(19) 양도 지난달부터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당초대로 서울대 인문'사회과학대나 연세대, 고려대 경영계열로 진학하는 게 C양의 목표. 그는 "점수에 맞춰 교육대에 입학했지만 교직 공부가 적성과 맞지 않았다"며 "요즘 수능이 쉬우니까 (재수생이)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반수생 숫자는 최근 소폭 늘고 있다. 6월 모의고사와 반수생이 가세하는 9월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숫자를 비교해보면 재수생 증가가 확연히 드러난다. 재수생 숫자는 2011학년도 경우 6월(8만2천943명)에 비해 9월(8만8천420명) 5천477명, 2012학년도에는 6월(8만2천553명)에 비해 9월(8만9천875명) 7천322명이 더 늘었다.
일부에선 쉬운 수능이 최상위권 재수생에게는 오히려 독(毒)이라는 의견도 있다. 2011년 대입에서 수시 모집으로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 D(20·2학년) 씨. 그는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되니까 불안하다"며 "2월 중순부터 도서관에서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같은 대학에 전공배정이 마음에 들지않아 재수에 뛰어드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구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도권 최상위권 대학생이나 의대생들 가운데 반수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합이 4 이하인 최상위권 '특반'을 1개반 더 늘렸다"며 "수능이 쉽게 출제되니까 짧은 기간 공부를 해도 지난 입시성적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반수생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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