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길

입력 2012-07-23 07:47:06

21세기 지식기반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과학기술 경쟁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과학기술 성과도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적 가치를 수용하면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실패한다면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성과가 질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고, 인간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범위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면, 앞으로는 기후변화, 에너지, 식품 안전, 바이러스성 질병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리적 해법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여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야 한다. 최근 국민적 이슈가 되었던 광우병 문제나 설계수명이 경과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계가 정확한 의견을 내어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사회적 책임을 하지 못해 국민적 혼란과 불안을 고조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기술이 국민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구하여야 할까?

첫째 과거 선진국 추종자로서의 과학기술입국 전략을 선도자로서의 과학기술흥국 전략으로 발전 계승하여야 한다. 2011년 말 기준 국내 생산 상품 중 세계 5위권 내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제품이 405개, 이들 중 세계 1위 상품은 131개로 이제는 우리의 축적된 고유기술을 적용하여 창의적 신제품의 개발을 촉진하는 창조형 연구개발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현재 16개 부처'청 단위로 수립'운영하고 있는 과학기술 육성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창의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미래 예측에 근거한 새로운 국가 과학기술 육성 전략을 선도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의 융복합 기술시대에도 성공적인 선진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서다.

현재의 부처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으로는 세계적인 융복합 제품을 개발할 수 없을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힘을 합쳐 앱스토어와 유사한 한류 음악 및 드라마 판매 마켓을 조성하여야 한다. 이럴 때 국산 스마트폰을 통한 한류 문화의 세계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칭찬한 우리 교육과정을 탑재한 지능형 교육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지경부가 손을 맞잡고 협력하여야 한다.

둘째 경제'교육 위주의 과학기술 투자를 복지'문화 등 사회적 영역으로 대폭 확대하여 과학기술의 정책 저변을 확대하여야 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삶의 질 순위는 3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 투자가 국민의 삶 향상에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 투자가 과학기술자만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로 축소, 변질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가 안보 확립, 행정 효율성 제고 등 국민 및 국가 운영에서의 정책적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냉소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셋째 과학기술이 에너지, 식량, 사회 안전,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여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과학기술은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된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자택에 거주하는 노약자들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각종 센서기술과 IT기술을 접목하여 개발하는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응급상황 대처 능력은 높이면서도 사생활은 보호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노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과학기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경우다.

아이들 먹거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검증기술 개발,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예방기술 개발, 대기 및 수자원 오염 예방기술 개발, 중풍환자 등의 간병 보조기구 개발 등도 과학기술계에서 일반국민을 위해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과제들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길은 연구개발이 연구개발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과학기술로 재탄생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과 공기처럼 과학기술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활용되는 시기가 오면 대한민국은 세계를 향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이상룡 경북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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