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칼에 쫓기던 잉카족, 강협곡 수직절벽에 왕국 건설
"인류의 역사는 경외감이 들 정도로 놀랍습니다. 특히 마추피추 '피루카 밤바'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인류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15세기 후반 북쪽으로는 에콰도르, 남쪽으로는 아르헨티나, 칠레까지 남미대륙을 거의 석권한 '태양의 제국' 잉카는 16세기에 들어서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왕위계승 제도가 확립되지 않아 키토(현 에콰도르 수도)를 근거지로 한 아타왈파 왕자와 쿠스코의 와스카르 왕자의 왕권 쟁탈전으로 자중지란에 빠진다. 대서양을 건너온 스패니시 피사로가 미소를 머금고 두 왕자의 싸움을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키토의 아타왈파가 와스카르를 물리치고 잉카제국의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피사로는 불과 180명의 부하를 이끌고 내전으로 기진맥진한 잉카제국을 정복한다. 군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배우지 못한 문맹자였지만 너무나 영악스러웠던 피사로는 잉카왕 아타왈파를 잡아 가두고 그 방에 금을 가득 채워주면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태양의 제국은 전국에서 그러 모은 금으로 왕을 구했지만 권력은 이미 그의 수중에서 떠나 피사로의 총 끝에 매달려 있었다. 이듬해 교활한 피사로는 다시 아타왈파를 잡아들여 스페인왕에 대한 반역죄로 처형한다. 1532년 천지를 삼킬듯하던 잉카제국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를 맞는다.
◆절멸하지 않은 잉카제국=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잉카제국의 역사는 안타깝지만 오늘날에도 이 제국은 절멸하지 않았다. 그 당시 몇몇 왕족과 한 무리의 잉카 인디오들이 소리없이 우루밤바강을 따라 안데스 계곡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나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이런 날들이 수없이 반복됐고, 잉카제국은 전설의 언덕 너머 어둠 속에 묻혀 버렸다.
350여 년이 흐른 1911년. 모험심에 가득 찬 미국 청년 하이럼 빙검은 희미하게 구전되던 우루밤바강을 따라 안데스 계곡을 헤매다 인디오 소년에게서 믿지 못할 얘기를 듣는다. 그는 인디오 소년을 앞세워 코가 땅에 닿을 듯 깎아지른 봉우리 마추피추를 오른다. 얼마나 올랐을까? 소녀의 고함소리에 고개를 쳐든 하이럼 빙검은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비루카 밤바'가 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지막 잉카왕국은 폐허로 변해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다.
350여 년 전 사라졌던 몇몇 왕족과 한 무리의 잉카인들이 쿠스코에서 114㎞나 내려가 우루밤바강이 휘돌아 흐르는 협곡에서 300m나 수직으로 솟아오른 뾰족한 산봉우리 마추피추에 그들의 마지막 왕국을 세웠던 것이다.
◆협곡 위의 공중도시, '비루카 밤바'='비루카 밤바'는 놀라움 그 자체다. 침입자 피사로를 피해 도망쳐 나온 몇몇 왕족들은 이곳에 높이 5m, 두께 1.8m의 성벽을 쌓아 요새를 만들었다. 산봉우리 경사면에 계단식 밭을 층층으로 만들고, 성벽을 가로질러 수로를 잇고 그 속에 1만 명의 잉카인이 살았다. 송곳처럼 솟아오른 마추피추 꼭대기에 세워진 공중도시 아래는 협곡을 타고 우루밤바강이 세차게 흐르고, 강 너머 가파른 산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있다. 스페인 군대가 수없이 우루밤바 강둑을 타고 지나갔지만 그들은 마추피추 꼭대기에 도시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하이럼 빙검이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이 도시의 지붕은 풍상에 삭아 내려앉았고, 몇몇 여자들의 유골 몇 구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비루카 밤바'는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연유로 망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한 무리의 잉카인들이 우루밤바강을 따라 사라져 이곳에 마지막 잉카제국을 세우고 1만 명이 산꼭대기 계단식 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며 살았습니다. 왕국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이것은 태양신을 모시는 신전이고, 이것은 귀족들의 주거지, 여기는 광장, 저기는 왕궁, 저것은 전사의 탑…."
경이로움과 호기심에 가득 찬 관광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안내인의 얘기는 단지 고고학자들이 만들어 낸 상상의 나래일지도 모른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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