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취업 後진학' 정책에 냉가슴 앓는 특성화고

입력 2012-07-17 10:09:08

취업률 높이려 '묻지마 취업'

고졸 취업 장려 붐을 타고 특성화고(옛 전문계고)를 대상으로 한 '선(先) 취업 후 (後)진학' 정책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육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60% 취업률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특성화 고교생들이 무작정 취업을 했다가 근무환경에 불만을 품고 다시 대학 진학으로 'U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07년 4월 19.47%였던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선 취업 후 진학' 정책이 시행된 지난해 이후 39.9%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시교육청은 교과부가 지난해 말 청와대에 보고한 '2012 업무계획'에서 제시한 대로 올해 지역 특성화고 취업률을 6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지난 3월 취업지원센터를 대구공고 내에 설치하고, 교사들의 산업체 현장 연수, 특성화고와 산업체 간 업무 협약 체결 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목표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특성화고 취업담당 교사는 지역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취업률에만 신경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일자리가 많아 취업률 60% 달성이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기업 수가 적은 지역에선 쉽지 않은 목표"라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을 기업에 홍보하랴, 기업 현장을 찾아 괜찮은 일자리인지 정보를 파악하랴 취업담당 교사들이 정신없이 뛰고 있지만, 지역에선 학생들 눈에 차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수도권으로 취업을 시키려 해도 지역 학생들에겐 벽이 높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질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많다.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학생들을 보내기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가 각종 지원 기준을 취업률로 잡을 것이라고 하니 일자리를 까다롭게 고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그동안 특성화고를 주 홍보 타깃으로 삼았던 지역 전문대학들도 선 취업 후 진학 정책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 한 전문대 교수는 "예년의 경우 8월 말~9월 중순이면 각 특성화고를 순회하며 전문대학들이 단체로 입시설명회를 열었지만 지난해부터 이런 프로그램이 아예 사라졌다"며 "학교 측에 대학 홍보를 부탁해도 선 취업 정책을 이유로 단호하게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전문대 교수는 "취업을 했다가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특성화고 학생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고교가 직업학교로서의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풍토를 지양하고 취업 교육을 강화하자는 취지일 뿐 취업률 수치 자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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