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재벌개혁' 정두언 악재 돌파

입력 2012-07-16 10:33:17

300억 횡령·배임 무기 징역, 경제민주화 정책 이슈화

새누리당이 대선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와 관련, 재벌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이달 10일 출마 선언에서 밝힌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과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정두언 사태'로 꼬여버린 정국 전환용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정 경제에서 대기업 집단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대기업 총수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졸부 같은 행태는 국민들을 실망시킨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만 "공정한 경제란 재벌 때리기 수준의 좁은 범위가 아니다"며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융단 폭격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횡령'배임 등 주요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서명했다. 민 의원은 박 후보 경선 캠프에서 여성특보도 맡고 있다.

개정안은 횡령'배임 규모가 30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또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일 때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각각 처하게 했다.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재량을 적용해 형기를 최저 형량의 2분의 1까지 낮춰 주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3년 이상이 되기 때문에 실형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는 횡령'배임 규모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내리게 하고 있어 집행유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 2008년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은 뒤 2개월 뒤 사면을 받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나중에 사면됐다. 지난 1월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3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민 의원은 "재벌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안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대기업을 겨냥한 법안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첫 작품을 내놓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조만간 관련 법안을 추가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통인 이종훈 의원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신규순환출자 규제를 위한 법안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도 이미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여야의 합의 처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또 대통령의 기업 총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어서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은 앞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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