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의 냉장고는 이른바 '냉창고(冷倉庫)'로 활용된 지 오래다. 마트에서 사온 웬만한 음식물은 냉장고에 넣기 바쁘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과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5월 수도권에 사는 100가구를 조사한 결과, 냉장고에 보관 중인 전체 음식물이 평균 34종이나 됐다. 조사에 따르면 냉동양념류는 평균 보관기간이 155일이나 됐고 냉동만두 등 가공식품은 33일, 반찬류는 18일이었다. 최고 3년이나 보관 중인 음식물도 있었다. 이처럼 냉장고에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안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냉장고 맹신은 금물
냉장고는 식품 보관에 가장 유용한 도구이지만 만능은 아니다. 특히 세균이 좋아하는 여름철이면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안전하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냉장고에서도 세균 번식이 충분히 가능하다. 대부분 세균은 냉장고에서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 생장을 잠시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 이내에는 냉장고에 보관해도 큰 이상이 없지만 하루만 지나면 세균 번식이 급격히 증가한다. 냉장고 온도가 기준보다 높거나 외부에서 세균이 한 마리라도 침입하면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냉장온도는 0~5℃, 냉동온도는 영하 18℃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고 온도는 처음에 맞춰 놓으면 내버려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번씩 온도계로 내부 온도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 보관량도 냉장고 용량의 70% 이하로 유지해야 온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일부 세균은 냉장실에서 자란다. 리스테리아, 여시니아, 슈도모나스 같은 병원성 세균들은 저온에서 느리지만 생육이 가능하므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냉장실에서 생선이나 닭, 갈아놓은 고기는 이틀 이상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고 나머지 육류도 3~5일 정도 보관하는 것이 적합하다. 채소류는 최대 일주일 정도까지 보관하는 것이 좋다. 혹시 냉장고에 보관했던 식품을 냉장고 밖에 꺼내더라도 4시간 이상이면 세균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외부에서 노출된 시간이 4시간 이상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둬야 한다.
◆효과적 관리가 중요
냉동했던 식품을 해동할 때는 흐르는 물이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신속히 해동을 하거나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한다. 해동과정에서 중심부위는 아직 얼어 있지만 바깥쪽은 이미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온도까지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차례 해동한 식품은 다시 냉동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식품을 다시 해동하면 세균이 충분히 자랄 수 있는 시간과 온도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세균이 급증한다.
조리한 음식은 냉장고에 넣기 전에 충분히 식히는 것이 우선이다. 뜨거운 음식이 냉장고에 바로 들어가면 냉장고 온도가 떨어져 세균 번식을 촉진할 수 있고 갑작스런 온도 차로 응결수가 생겨 냉장고 내벽 등에 묻어 있는 세균과 합쳐져 다른 식품까지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식힌 음식은 반드시 덮개를 덮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다 남은 조리 음식은 침이나 수저 등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가열을 한 다음 식혀서 냉장고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차 오염 방지도 생각해야 한다. 생선이나 육류 등 날음식은 오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냉장고 하단에 두고 익힌 음식이나 가공식품, 채소 등 오염도가 낮은 것들은 냉장고 상단에 올려놓아 서로 오염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비브리오 패혈증 때문에 어패류 섭취를 꺼린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생선회나 해산물도 여름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비브리오균은 저온에 약하기 때문에 횟감을 사들일 때 횟집 수족관의 온도가 낮게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한 바로 손질한 횟감보다는 냉장고에서 4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비브리오균 노출 확률이 줄어든다. 또한 비브리오균은 염분이 포함되지 않은 민물로 씻으면 사멸되기 쉬워 어패류는 반드시 수돗물로 씻고 나서 섭취하면 좋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재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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