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시 버스쉘터, 예산 타령 우습다

입력 2012-07-14 07:28:18

대구시가 예산 부족으로 시내버스 정류장 2천756개의 70%가 넘는 1천933개 정류장에 간이대합실인 버스쉘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 못 할 일이다. 연 3억 명(2011년 말 현재 대구 버스 이용객 2억 9천426만 293명)이 이용하는 버스 간이대합실을 마련해 주는 것보다 더 시급하게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찾지 않은 채, 예산 타령만 하는 것은 대구시의 구차한 변명이자 인간미 없는 행정의 표본이다.

지방행정의 핵심은 최대 다수 시민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임과 동시에 살고 싶은 도시, 따뜻함과 정의가 꽃피는 희망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집행되는 항목이 있으면 시민들이 그 타당성을 믿으며 다음 순서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루 79만 5천 명이나 되는 시민이 노선버스를 기다리는 데 필요한 버스쉘터가 10곳 가운데 3곳뿐인 현실은 정의롭고 합리적인가?

일일 1천400명이 이용하는 대구시 북구 복현오거리 버스 정류장도 무(無)쉘터 정류장이다. 따가운 햇볕과 쏟아지는 비 혹은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도시 풍경은 재미없고 비정하다. 그나마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버스 도착 정보를 알아서 제시간에 맞춰 나오지만 노약자나 경제적 빈자들은 그럴 형편도 되지 못한다.

지금 당장 대구시 내 전 지역의 버스쉘터를 다 구비하려면 200억 원이면 된다. 1개 건립비는 1천여만 원이다. 현재 대구시는 매년 70~80개 버스쉘터를 만들고 있다. 이 속도라면 다 구축하는 데 최소 20년 이상 걸린다. 되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버스쉘터가 없는 이유는 예산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예산은 없지만 버스 이용 시민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섬세함과 창의적인 발상만 있다면 대구시의회를 설득하거나 기업의 협조를 구할 수도 있다. 큰 비용이 드는 민자사업은 힘들겠지만, 1개당 건립 비용이 1천만 원에 불과한 버스쉘터에 대한 소액 투자자나 협찬 기업을 구하는 것은 번거롭지만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기업에 버스쉘터 건립 비용을 협조받는 대신 특정 기간 동안 옥외 광고권을 준다든지 하는 데 대한 시민 합의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버스쉘터는 노선 정보 전달이나 잠깐의 쉼터 역할 뿐 아니라 창의적인 도심 구조물이자 주변 경관과 야경까지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시가 하루빨리 버스쉘터를 확보하여 서민의 버스 이용에 편의를 더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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