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책!] 그림속에서 나를 만나다

입력 2012-07-14 07:58:01

우연히 본 어떤 그림 앞에서 계속 서성이거나, 갑자기 행복해서 씽긋 웃거나, 슬픔에 겨워 펑펑 울었던 적이 있는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앞에서 펑펑 울고 만 한 여자는 성모마리아가 축 늘어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터져버리면서 펑펑 울고 말았다. 이렇게 이미지를 통해 꽁꽁 숨겨왔던 감정들이 순식간에 풀어지기도 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미술치료다.

자화상은 감상치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그림이다. 화가들이 평생 한 점 남길까 말까한 자화상은 치열한 자아성찰의 결정체로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가 응축돼 있다. 국내에서 최고의 미술치료 전문가로 꼽히는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학 김선현 교수는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를 통해 미술 감상 치료에 효과적인 80여 점의 자화상을 소개하고 있다. 고통을 참다 못해 일자 눈썹이 되어버린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통해 내 안의 처절한 고통을 끌어낼 수도 있고, 자신의 몸을 희미하게 그려내는 뭉크를 보면서 때로는 부정하고 싶은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한껏 포즈를 취한 앤디워홀 앞에서는 허세에 가득한 '나'를 대면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심리문제는 '진짜'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책에 실린 자화상을 통해 숨기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선현 교수는 20년 전 미술치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병원 시스템 속으로 미술치료를 끌어들인 일등공신이자, 연평도 포격사건 피해 주민과 위안부 할머니 등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왔다. 수많은 자화상 중에서 내 얼굴은 어디에 있는지 셀프 힐링을 시작해보자. 272쪽, 1만4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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