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K씨는 올 들어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K씨는 수익이 생기는 족족 은행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주식에 담아놨던 투자금은 일찌감치 뺐다. 10억원에 가까운 여윳돈을 쌓아놨지만 그저 6개월이나 1년짜리 예금을 활용하고 있다. 금리는 3%대 상품이다. K씨는 "금리가 높지 않아도 상관없다. '절대 안정'이 제1 원칙이다. 원금보장에 예금만 한 게 있나"고 했다.
뭉칫돈이 예'적금 등 안정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너도나도 리스크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음에도 은행 예'적금과 채권으로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조금이라도 위험 부담이 있는 상품은 외면받고 있다. 주식은 물론이고 고금리 회사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예'적금 "어서 와라"
예'적금의 인기는 눈에 띌 정도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정기예금 잔액은 8조8천342억원 수준이었지만 1년 6개월만인 지난 달 말에는 12조8천420억원으로 4조원 이상 늘었다. 월별 증가폭은 올해 들면서부터 확연하다. 지난해 7월까지 월 평균 1천억원 남짓 증가폭을 보였던 정기예금은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3조2천억원 늘었다. 올 들어서는 월 평균 3천억원 남짓 늘었다.
정기적금도 마찬가지 추세다. 만기일이 되면 인출하는 경우가 잦아 순환 구조를 보이지만 올 1월부터는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1월부터 줄어들었던 정기적금 잔액이 올해는 늘어나고 있다. 올 1월 7천452억원이던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 달 8천377억원으로 6개월 새 1천억원 가까이 늘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유럽발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 심리가 높다. 고객 상당수가 목돈을 맡기면서 향후 전망에 대해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도 금융자산 운용을 예'적금에 적잖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가 최근 내놓은 '201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 갖고 있는 부자들은 금융자산의 42.3%를 현금 및 예적금에 뒀다. 특히 지난 1년간 현금성 자산의 비율을 상당히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회사채 "저리 가라"
반면 증권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주식을 비롯해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어서다. 주식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16조원대로 떨어졌다. 거래대금도 줄었다. 지난 달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538억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0.38%에 불과했다.
회사채도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접근 방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회사채 투자에 머뭇거리는 경향이 최근 들어 강해졌다. 확인에 재확인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실제 A-등급의 한화건설, A+등급의 현대엠코, AA+등급의 대림산업 등이 회사채 종목에 올라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때문에 대림산업은 발행금리를 당초보다 0.03%포인트 올렸고 한화건설이나 현대엠코는 수요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다만 채권은 금리가 낮아도 안정을 추구하는 시류에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증권 고액 자산가 전담 점포인 SNI지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자산은 채권으로 12.3%에서 21.4%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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