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정치 혐오, 국민들의 대안…국정 경험 부족 약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한국 대선사(史)에서 제3의 후보가 끊임없이 등장한 것은 공통적 특징이다. 무당파(無黨派)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이들은 15~20%가량의 득표율로 거대 정당 후보들을 압박하며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얘기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도 않은 인사가 이처럼 정치판을 크게 뒤흔든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예전 대선에서 굳이 닮은꼴을 찾자면 고건, 문국현 정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인사가 정당을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당 밖 인사가 언제 출마를 선언할지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진 사례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에는 안 교수의 강점과 단점이 동시에 나타난다.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아이콘으로서의 기대감은 강점이지만 참신한 만큼 국정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제도권 정치에 대한 혐오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성 정치와 거리가 있는 사람 중에서 인지도가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현대인의 감성코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안 교수가 부각됐다"며 "성공한 경영인으로서 세속적인 측면에서도 대중의 롤모델로 적합한 점 역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치공학적 해석도 가능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안 교수의 강점은 중간층의 확산성이 높다는 데 있다"며 "상대적으로 색깔이 분명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는 중간층이 쉽게 표를 못 던지지만 안 교수에게는 부담감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당 기반이 없다는 점도 안 교수의 약점으로 꼽힌다. 한 정치평론가는 "의사, 경영자 등 지금껏 항상 혼자 결정하고 생활해 왔는데 막상 대선이라는 팀 또는 군중의 세력화 싸움에 발을 담그려니 고민이 많아지는 법"이라며 "대선은 절대 혼자 풀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안철수 흔들기'도 변수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발언이 안 교수의 정치적 한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안 교수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빛과 그림자 역할을 모두 하고 있기 때문이다. MB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견고했던 '박근혜 대세론'을 흔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안 교수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자리를 선점하는 바람에 당내 다른 주자들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부작용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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