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후 우리를 기다리는 달콤한 쉼표!
디저트(dessert)는 '식탁을 치우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데제르비르(desservir)에서 유래한 단어다. 식탁을 정리한 뒤 즐기는 후식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에서는 디저트를 '돌체'(dolce)라고 한다.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뜻이다. 서양요리의 식사 순서에서 달콤한 해피엔딩을 만드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하지만 결국 디저트는 식사 순서 마지막에 잠시 출연하는 단역일 뿐이다.
그랬던 디저트가 이제는 화려한 주연으로 올라서고 있다. 밥보다 디저트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요즘 젊은 여성들의 식사 트렌드다. 아예 음식점에 디저트만 먹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도 늘고 있다. 그러면서 메인 메뉴보다는 오히려 디저트로 유명한 맛집이 나타나고 있고, 디저트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음식점도 유행하고 있다.
◆예쁘고 달콤해서 좋아 죽는 디저트
대학생 이지은(23'여) 씨는 친구들과 모일 때면 늘 1'2차 코스를 밟는다. 1차는 밥, 2차는 디저트다. 하루는 1차 코스로 찜닭을 먹었다. 여럿이서 먹을 수 있는 메뉴라서 음식 값을 계산해보니 1인당 3천500원 정도 들었다. 급히 배를 채운 이 씨와 친구들은 음식점에서 입가심이나 하라며 주는 식혜와 수정과는 한사코 사양한 채 바삐 음식점 문을 나섰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혀는 물론 눈도 만족시키고 수다도 왕창 떨러 가야죠. 2차 코스로 디저트 전문점에 갑니다."
이 씨와 친구들이 향한 곳은 찜닭 요리점에서 수십m 정도 거리에 있는 타르트 전문점이었다. 이들은 타르트와 커피를 주문했다. 가격을 계산해보니 1인당 6천원 정도였다. "밥보다 디저트 가격이 더 듭니다. 아깝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타르트는 달콤한데다 예쁘기까지 합니다. 이 예쁜 '아가'에겐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타르트를 조금씩 베어 물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우리들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디저트 먹을 때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혀와 눈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디저트에 푹 빠져있다. 실제로 경북대 주변을 돌아봤더니 타르트, 와플, 고로케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파는 전문점이 속속 들어서 있었다. 1차는 밥, 2차는 달콤한 디저트로 이어지는 식사 동선이 같은 상권 안에 형성돼 있는 것.
◆디저트 메뉴가 대세
커피보다 디저트가 더 유명한 커피전문점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있는 커피전문점 '루시드'. 그런데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 9곳 중 7곳 위에는 커피가 아닌 녹차빙수가 올려져 있었다. 이곳은 최근 커피보다 녹차 빙수로 유명해진 커피전문점이다. 양모(27'여) 씨는 "커피를 마시려면 굳이 동성로까지 나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식사 후 디저트로 녹차 빙수를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여기로 온다"고 말했다.
동구 신천동 청구고 인근 커피전문점 '매리 포핀스'. 이곳은 인터넷에서 '녹차 롤케이크'라고 검색하면 맛집 후기 등의 블로그 게시물이 여럿 뜨는 가게다. 매일 정오에 문을 여는데 2, 3시간 만에 녹차 롤케이크는 품절이다. 점심을 먹은 손님들이 와서 디저트 사재기를 해 가기 때문. 이곳 직원은 "녹차 롤케이크는 가정용 오븐으로 만드는데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하루 20~30여 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커피만 팔던 커피전문점들은 손님들이 커피와 함께 즐길만한 빵, 케이크 등의 디저트 메뉴를 갖춰놓고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구색 갖추기 정도였지만 점점 디저트 메뉴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디저트의 인기가 메인 메뉴인 커피를 압도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러한 변화에 대해 업계는 커피전문점 트렌드가 디저트전문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세 시장에는 어김없이 대형 프랜차이즈가 진입하기 때문. 최근 동성로 등에 디저트 전문 프랜차이즈가 나타났다. 이곳은 '기존 커피전문점의 식상함을 벗어난 이색 웰빙 디저트 카페'라는 문구를 내걸고 성업 중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시장은 2조원 규모, 디저트시장은 3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커피시장이 디저트시장의 성장을 도왔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디저트시장이 커피시장을 잠식하고 나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각양각색 디저트 트렌드
와플, 밀크푸딩, 타르트, 머핀, 티라미스 케이크, 마카롱, 브라우니, 쇼콜라, 요거트, 모나카…. 종류도 많은 디저트는 원래 고급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비싼 코스요리를 주문해야 맛볼 수 있던 고급요리였다. 그러다 인기가 좋은 디저트는 레스토랑에서 따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고급은 고급이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제과점, 커피전문점 등에 진열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형마트 식료품 코너에 가도 간단한 디저트 제품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면서 디저트만 모아 주식으로 먹는 식사 문화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브런치'다. 아침 식사를 뜻하는 브렉퍼스트(breakfast)와 점심 식사를 뜻하는 런치(lunch)의 합성어로 미국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아침식사 때 회담을 하면서 가볍게 하는 식사'라는 뜻이지만 보통 간단하게 먹는 오전 중 식사를 가리킨다. 와플과 과일 몇 개, 커피 등 디저트로 먹던 메뉴를 모아 간단한 끼니 해결용으로 구성한 것. 사무실 지역의 제과점, 브런치 카페 등에는 오전이면 브런치를 먹으러 오는 회사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빨리 먹을 수 있는데다 기름지지 않아 위에 부담도 적어 인기라는 것.
디저트에 웰빙 트렌드가 추가되기도 한다. 각종 '수제'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경북대 인근의 '반짝반짝 빛나는' 타르트 전문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소규모 제과점이지만 예쁘고 맛있는 수제 타르트로 대구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주인 이유리(35'여) 씨는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합성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과자나 타르트를 직접 만들어 먹이던 것이 가게를 열게 된 계기다. 수제 타르트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그날 모두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조금밖에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녹차가 디저트계의 스테디 셀러이자 베스트 셀러인 것도 같은 이유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으며 아이스크림, 빙수,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암'심혈관질환 예방, 피부개선, 체중조절 등의 효능이 검증되며 최근 미국 타임지가 10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하는 등 녹차는 웰빙 디저트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각지의 레스토랑 메뉴에 녹차 아이스크림은 필수로 올라가 있을 정도다.
◆디저트=일상의 달콤한 쉼표
사람들은 디저트를 "따분하고 지치는 일상에 찍는 달콤한 쉼표 하나"라고 표현한다. 유성은(27'여) 씨는 디저트에 대해 "이미지를 섭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은 물론 눈으로도 먹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디저트다. 늘 똑같은 밥을 먹다가 잠시 색다른 이미지를 섭취하러 다양한 디저트 전문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주희(34'여'수성구 황금동) 씨는 "디저트는 먹는 패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20, 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 여주인공 캐리가 뉴욕 한 복판에 있는 디저트 전문점에 자주 들러 케이크를 먹는다. 캐리가 입은 뉴요커 의상도 멋졌지만 디저트 전문점에 가서 케이크를 먹으며 일상 속 휴식을 얻는 '라이프스타일'도 멋졌다. 캐리를 닮고 싶은 젊은 여성들이 디저트를 즐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사실 대표적인 인기 디저트인 타르트도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등장했다. 주인공 금잔디(구혜선 분)는 사랑스럽게 에그 타르트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사랑스러운 디저트를 먹으며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은 게 젊은 여성들의 심리라는 분석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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