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책!] 근대를 말하다

입력 2012-07-06 07:28:36

근대를 말하다/ 이덕일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기존 사학계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새로운 역사의식을 심어왔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100년 전 근대의 모습을 모은 책을 최근 출간했다. 한국 근대의 역사를 53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지은이는 역사교과서의 구석에나 숨어 있을 법한 각종 팩트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역사를 '강요'하지 않고 '분석'으로 해석했다.

지은이가 던지는 키워드는 '망국'이다. 망국은 반드시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할 때 일어난다. 지은이는 이 부분에 주목해 고종의 행적을 파헤쳤다. 지은이는 망국이 고종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큰 책임은 역시 고종에게 있다고 봤다. 특히 고종의 성격은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이 없었다. 그리고 친일파만 득실거릴 뿐 국제 정세에 해박한 식견을 가진 인물이 주변에 없었다. 그게 조선으로서는 가장 뼈아픈 점이었다.

당시 동아시아의 패자는 일본이었다. 외형적으로는 러시아가 강했지만 국민적인 단결이 이뤄진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러일전쟁이 시작됐을 때까지도 고종은 러시아의 승리를 믿고 있었다. 청일전쟁 직후 러시아가 주도한 3국간섭으로 일본이 요동반도를 되돌려주는 것을 보고 러시아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이 문제라고 말한다. 나라를 운영해 가는 실력자들 중에서 고종과 같은 이중적 정치 행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이 책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371쪽, 1만6천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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