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이야기] (26) 색소 (1)

입력 2012-07-05 14:16:26

과채류 조리, 색깔 잃지 않게 살짝 볶거나 무쳐야

신선로, 구절판, 비빔밥, 잡채, 탕평채. 모두 화려한 색상의 우리나라 전통음식들이다. 다양한 색상의 식재료를 쓰거나 오색 고명을 얹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명은 음식에 멋을 더하는 것은 물론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새 음식을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도 깃들어 있다.

음양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뜻한다. 이 두 기운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오행을 만들었다. 오행은 다섯 색깔'방위 및 우리 몸의 오장육부와 각각 연결된다. ▷목(木)은 청(靑)색'동쪽'간(肝)'담(膽) ▷화(火)는 적(赤)색'남쪽'심장'소장 ▷토(土)는 황(黃)색'중앙'비장'위장 ▷금(金)은 백(白)색'서쪽'폐(肺)'대장 ▷수(水)는 흑(黑)색'북쪽'신장'방광과 연결된다는 것.

오색 고명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는 계란 지단(황색'백색), 석이버섯(흑색), 실고추(적색), 미나리적(녹색)이다. 오색 고명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원재료의 색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선명한 황색과 백색 계란 지단을 얻기 위해서는 열을 가해 조리할 때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석이버섯은 바위에 붙어 사는 버섯으로 잎이 아주 작다. 고명으로 쓰려면 까다로운 손질을 거쳐야 한다. 버섯 앞뒤의 이물질을 칼로 잘 긁어 곱게 채 썰어 기름에 볶아 사용한다. 미나리적이란 미나리의 잎과 뿌리는 떼어 내고 줄기만 깨끗이 씻어 꼬챙이에 가지런히 꿴 후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씌워 지져 낸 것으로 역시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색의 개념을 우리 몸의 오장육부와 연결해 건강을 관리하게 만드는 '약선' 개념을 갖고 있다. 약선이란 약과 음식이 같다는 개념이다. 동양의학에선 약식동원, 의식동원이라고 한다.

놀라운 점은 서양 영양학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피토케미컬이다. 그리스어로 식물을 뜻하는 피토(phyto)와 화학물질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로 '식물 속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가리킨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색소와 매운맛, 향기 성분 등을 말한다.

대표적인 피토케미컬 성분을 살펴보자. 카로티노이드는 오렌지색. 노란색, 녹황색, 적홍색을 띠는 색소다. 노화를 방지하고,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 토마토, 늙은 호박, 당근, 시금치, 브로콜리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황색을 띠는 색소다. 항산화, 항암 작용을 하며, 혈관 벽의 플라그 형성을 방지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병을 예방해준다. 양파, 옥수수, 레몬, 딸기, 사과, 녹차, 커피, 포도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페놀화합물 역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심장병과 발암 위험을 낮춰준다. 현미, 녹차, 커피, 포도, 복숭아, 딸기, 마늘, 시금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유방암을 예방해주고, 폐경기 증상을 개선시켜 주며, 골다공증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두부, 된장, 간장, 청국장, 콩나물, 감자, 옥수수, 땅콩, 망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알릴화합물은 간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마늘, 양파, 부추, 파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에도 이처럼 다양한 피토케미컬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피토케미컬 성분의 효능을 제대로 살리려면 데치고, 무치고, 가볍게 볶는 등의 전통 조리법을 활용해야 한다. 식재료 본연의 색과 영양가 모두 살릴 수 있다. '음식이 보약이고,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의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평소 피토케미컬 성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병의 원인물질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수 있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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