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서 나온 사고뭉치 요괴 vs 인간의 뇌 조종하는 괴생명체

입력 2012-07-05 07:46:52

극장가 개봉작

지난주 극장가에서 보여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흥행 가도는 예상 이상의 수준이었다. 시리즈의 전작들을 뛰어넘었는가의 분석과 논쟁 등으로 주요 포털사이트의 평점이 비교적 낮게 설정되고 있음에도 이미 200만 명 고지를 돌파했고 주중에도 예매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등 당분간 영화처럼 고공 행진을 이어 갈 전망이다.

한편 이번 주에는 해당 영화와 차별화된 이야기를 가진 영화 2편이 새로 개봉해 스파이더맨을 추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1999년 화제작 '인랑'을 연출한 후 11년 만에 컴백한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다. 무려 7년이란 제작기간이 소요되었으며 연출자는 '아키라', '공각기동대'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엄마를 따라 작은 섬 시오지마로 이사 온 11세 도시소녀 '모모'는 이사 온 첫날, 다락방에서 오래된 그림책 한 권을 발견한다. 그날 이후, 다락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냉장고 속 간식이 사라지고, 급기야 그림책 속 요괴들이 모모의 눈앞에 나타난다.

모모 덕에 봉인된 그림책에서 나왔다며 자신들을 소개하는 요괴들은 외모와는 다르게 소심하고 먹보에다 어리숙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자칭 수호신이라며 큰소리치지만 실제로는 사고뭉치다. 그렇게 모모는 요괴 3인방과 한집에 살게 되고 물론 요괴들은 모모의 눈에만 보인다.

아이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이외에도 마치 실제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속의 풍경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벼랑 위의 포뇨'의 배경이 되기도 한 '세토나이 해'는 3천여 개의 섬들로 둘러싸인 일본의 국립공원이며 이곳에서 촬영된 1만 여 장의 풍경 사진들은 고스란히 영화 속 섬마을의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상영시간 120분, 전체 관람가.

한편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른 후 연출을 겸업하고 있는 박정우 감독의 신작인 김명민 주연의 '연가시' 역시 '감염 재난영화'라는 독특한 장르로 이번 주에 극장가를 찾는다.

새벽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시체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잇달아 전국의 하천에서 변사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는데 원인은 숙주인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물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이다. 짧은 잠복 기간과 치사율이 100%에 달하고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가는 연가시의 재난은 대한민국을 초토화하기에 충분하다. 사망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자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하지만, 감염자들은 통제를 뚫고 물가로 뛰쳐나가려 한다. 이 와중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김명민)은 연가시에 감염되어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찾아 나서게 된다.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유선형의 연가시가 숙주 곤충을 물가로 유도하는 것처럼 인간을 유도 할 수 있다는 설정이 이야기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사전 제작단계의 연기지도 과정에서는 감염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상영시간 109분, 15세 관람가.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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