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보냅니다.' 어느 시인에게 전자우편으로 원고청탁서를 띄웠더니 그가 작품파일과 함께 보내온 바탕글의 내용이다. 세상에 이런 편지가 다 있나 싶게 달랑 그 한 줄이 전부다. 서두는 물론이고 끝인사도 없다. 참 간명해서 좋긴 하다. 하지만 내 심보가 밴댕이 속 같아서일까, 작품을 받고 고맙다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어쩐지 심기가 불편해진다.'그래 지가 글을 쓰면 얼마나 쓴다고.'이런 해서는 안 될 생각마저 치민다.
매체의 속성상 전자우편이 일반우편에 비해 편하고 간소함을 추구하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자우편 역시 어디까지나 편지는 편지인 이상 누구누구에게라든가 수고한다든가 혹은 보내는 이의 이름 같은 최소한의 예절은 갖추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무릇 사람살이에서 인사는 기본 중의 기본일 터이기 때문이다.
밑에서 글공부하고 있는 제자들로부터 적잖이 전자우편을 받는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이 든 분일수록 깍듯한 예의를 차리는 데 반해 젊은 층일수록 오히려 기본적인 격식을 갖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만하신 분들 가운데는 가르치는 내 자신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존칭어 사용은 물론이고'00 올림'이라는 서명까지 해오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런 편지를 받으면 인간적으로 존경의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반면 젊은 축들 가운데는 지도하는 내가'00 드림'이라고 서명을 해서 띄워도 서두는 물론이고 이름마저 생략한 채 제 하고 싶은 말만 달랑 몇 줄로 적어 답신을 보내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무리 그렇지만 명색이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 아닌가. 이런 편지를 받고나면 스스로가 조롱당하는 듯한 기분이 된다.
나름의 판단으로는 이 같은 현상이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예전엔 학교에서 학과공부도 공부지만 그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예절교육부터 시켰다. 지식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에서였을 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학과공부 하나로 용서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예절교육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부작용이 오늘날 인간관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동방예의지국'까지는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말 이래서는 아니 될 것 같다. 먼저 자기를 낮출 때 남들은 오히려 그를 우러러보게 되어 있다. 젊은 층들은 아마도 이 삶의 이치를 모르는 모양이다. 못 배웠으면 용서가 된다. 이제부터라도 어느 것이 옳을 지 한번 깊이 헤아려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명한 판단으로, 존중받는 사람살이의 길을 찾아나갔으면 한다.
곽흥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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