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다 사과한 우리 애 대학 못가면 어떡하죠"

입력 2012-07-03 10:07:42

인성평가 강화 학생부에 다 기재…학부모도 교사도 '낙인효과' 우려

A씨는 얼마 전 고교생 아들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로부터 서면 사과 징계를 받은 뒤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으로 인한 징계 사실이 남게 돼 대학 진학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끼리 욕설이 오간 정도였고 부모끼리도 별 충돌 없이 마무리가 돼 한시름 놨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며 "학생부에 징계 기록이 남는다는 말을 듣고 혹시 아이 장래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5월 학폭위의 조치 내용을 5년간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긴다고 발표한 이후 학교 현장에선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각 대학이 이번 입시부터 서류, 면접 등을 통해 응시생의 인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폭위 조치는 고교의 경우 서면 사과에서부터 퇴학까지 모두 9단계이며 초'중학교는 퇴학이 없어 8단계다. 우발적이고 일시적인 다툼이나 욕설 등 사소한 학교폭력도 학교 측이 인지하는 순간 학폭위 소집 대상이 되는 데다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학생부에 기재토록 하고 있다.

B중학교 교장은 이로 인해 학폭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학부모들의 심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학부모인 위원들 경우 자칫 '내가 이웃집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가해 학생 경우 퇴학, 전학보다 가벼운 조치를 받으면 재심 신청을 할 수 없어 학부모 위원들이 더욱 판단을 망설인다"며 "학교 전체를 위하는 일이니까 객관적으로만 판단하면 된다고 달래고 있다"고 했다.

학생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교사들의 고민도 늘었다. C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학폭위 조치 내용이 학생부에 남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폭위에 회부된 학생의 학부모들이 더욱 거세게 반발한다"며 "자신들도 피해자이고, 학교 측 조사가 사실과 다르다면서 고소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힘들다"고 했다.

문제는 경미한 사안에도 학폭위를 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D고교 교장은 "요즘은 사소한 다툼일 경우도 예전처럼 해당 학생들을 달래고 화해시켜 넘어갈 수 없는 분위기"라며 "나중에 양측 학부모 중 어느 한 사람이 사건 처리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항의하면 학교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정부와 대학의 방침은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 자체가 아니라 징계 이후 학생이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부에 5년 간 기록이 남긴 하지만 가해 학생 경우 징계 이후 생활 태도가 올바르게 변했다면 낙인 효과로 상급 학교 진학이 어렵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한 대학의 입학담당 교수는 "대학교육협의회가 올해부터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에 인성관련 문항을 신설하는 등 학교폭력 대책으로 인성평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그런 기록들이 합격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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