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록그룹 '영 아메리칸스'가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영 아메리칸스'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예술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영 아메리칸스'가 청소년들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은 '3일'입니다. 3일 동안 참가하는 아이들과 '영 아메리칸스'의 단원들이 팀을 나눠 연습을 함께 합니다. 단원들은 프로그램 기간 동안 학생들의 집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생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3일째에는 음악극을 완성해 무대에 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던 아이들도 어느 새 음악에 몸을 맡겨 순간을 즐기게 됩니다. 자기도 모르는 새 스스로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 있습니다. '영 아메리칸스'는 지금까지 전 세계 500개 도시를 다니며 30만 명의 10대들을 만나 여러 감동 신화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미국의 록그룹 예를 먼저 들었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일정기간 동안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감정을 교류하고 예술체험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구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기획한 '예술체험 프로젝트 3일'이 대표적입니다.
'예술체험 프로젝트 3일'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일정 기간 동안 정형화된 학교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인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며 여러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받아들일 시간을 가집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올해도 여덟 개의 문화예술 단체를 선정해 학교 현장을 찾아갑니다.
얼마 전 그 중 한 프로젝트가 펼쳐진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많은 학교였습니다. 참여 예술인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학생들은 의외로 왁자지껄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체험 수업이 이어졌기에 그냥 이렇게 형식적으로 받아들이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을 넘어섰습니다.
프로그램이 마지막 순서로 주최 측에서 아이들에게 소원 하나, 소감 하나씩을 써서 나뭇가지 틀에 붙이도록 요구했습니다. 작은 쪽지 한 장 한 장에 적힌 글귀들은 정말 가슴 뭉클하게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직접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해보니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마치 유명한 작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아빠가 집에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선생님 다시 또 오세요….'아이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없었을 내용입니다.
대학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동아리 사람들과 매주 한번씩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체험행사를 준비해서 진행하고 함께 밥도 먹었습니다. 아이들 숫자가 워낙 많았던 터라 성적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진로선택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여자아이들은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고 원을 나가 유흥업소 쪽으로 빠졌고 남자아이들도 유흥업소, 잘해야 식당에 근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과 교류를 하게 된 후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취직을 했습니다. 물론 몇몇 일탈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눈에 띄게 숫자가 줄었습니다. 시설 쪽에서도 큰 변화라며 기뻐했고 이후 저희 동아리가 주최하는 행사는 우선으로 반겼습니다. TV를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일반 대학생을 가까이서 만나 교류하며 아이들은 같은 시설 출신 선배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겁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셈입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면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예술가입니다. 학창 시절 예술가들과 교류해 본 경험은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보는데 큰 도움을 줄 게 분명합니다. 요즘 학생들이 문화예술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이 '레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교육 위주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복지시설의 아이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경험해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때 대구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기획한 '예술체험 프로젝트 3일', '토요문화학교' 등을 비롯해 지역 내 문화 관련 기관'단체에서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어 더 반갑습니다. 이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문화예술을 마음껏 체험하고 누릴 수 있습니다. 문화와 교육의 행복한 만남, 한번 체험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임언미/대구문화 편집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