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운송단가 뒷걸음질에 '주차 브레이크'

입력 2012-06-25 10:47:22

4년만에 화물연대 또 파업

25일 오전 경주시 외동읍의 국도변에 전날 새벽에 발생한 화재로 훼손된 10t 화물트럭 2대가 서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5일 오전 경주시 외동읍의 국도변에 전날 새벽에 발생한 화재로 훼손된 10t 화물트럭 2대가 서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화물연대가 2008년 이후 4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2003년 6천500억원, 2008년 56억3천만달러의 수출입 피해(한국무역협회 집계)가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정부의 대처는 단호하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주동자와 운송방해 차량에 대한 사법조치 방침을 내놓았지만,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물러섬이 없다. 그만큼 화물연대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30% 인상 ▷기름값 인하 ▷화물운송관련 법제도 전면 재개정 ▷표준운임제 법제화 ▷산재보험 전면적용 ▷야간 도로사용료 할인, 사업용 화물차 전 차종 전일제 할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이 일어선 이유는

포항지역에서 10년째 화물 지입차주로 일하고 있는 A(39) 씨의 경우 올 들어 월평균 운송 수입은 1천400만원인데, 연료비로 600만원을 지출하고 지입료와 알선료로 150만원이 나갔다. 2억원가량하는 차량과 장비 할부금으로 100만원을 냈고, 함께 일하는 기사월급으로 250만원을 줬다. 매달 차량정비로 150만원이 추가로 들었고 식비와 통행료 명목으로 100만원이 또 나갔다. 이렇게 해서 그가 손에 쥔 돈은 50만원. 다행히 기름보조금 120만원이 있어 170만원을 채웠지만, 이 돈으로 네 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빠듯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하루라도 더 벌기 위해 기사까지 고용해 도로를 달린 대가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차라리 기사로 일하는 게 나을 정도로 화물차 운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철강운송단가는 평균 10% 미만에서 움직인 반면 경유값은 ℓ당 25%나 올랐다. 여기에다 운송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신고운임제가 화물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고운임제 대신 실제 비용과 화물 노동자들의 수입을 근거로 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장하며, 이를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정부는 '정당성을 상실한 집단행동'으로 내몰고 있다.

◆대구'포항'구미 등 지역별 상황

대구와 경북 자치단체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전국적으로 3.1%인 1만2천여 명밖에 되지 않아 물류대란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화물연대측은 "2003년과 2008년에도 비조합원 대부분이 참여했다"며 전면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포항시에 등록된 4천400여 대의 화물차량 가운데 화물연대에 소속된 800여 대의 차주들이 참여해 지역 수송량의 20%가량이 마비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조합원들의 동참이 가시화되고 있어 물류 운송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구미지역도 1천여 대 화물차량 가운데 화물연대에 소속된 165대의 차주들이 현재 파업을 선언해 지역 수송량의 15%가량이 해당되지만, 비조합원 화물운전자들의 참여로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출입 업무와 물류운송 차질은 물론 공장 가동 중단사태도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기업체들은 대부분 화물 운송을 외부업체에 위탁해 운송하고 있는 상태로, 특히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웅진케미컬, 효성, 도레이첨단소재 등 대기업들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항상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이 조기에 해결되지 못하면 수출입 피해가 불가피해진다"며"이번 총파업이 철강경기 위축과 유가부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포항지역 경기에 큰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구미공단 A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 마련을 못하고 파업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외주업체와 연락하면서 제품 수송 대책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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