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 후 좌회전' 2년반…네거리마다 좌회전 차로 수백m '짜증 행렬'

입력 2012-06-25 09:32:13

도심 교통 흐름 들여다보니…

24일 오후 도심 교통량이 비교적 적은 휴일 오후인데도 대구 수성교에서 신천대로 방향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4일 오후 도심 교통량이 비교적 적은 휴일 오후인데도 대구 수성교에서 신천대로 방향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이달 21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죽전네거리.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좌회전 차로(용산네거리 방향)에는 차량이 200m가량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직전에서 좌회전으로 신호가 바뀌자 차량들이 한 번에 신호를 받기 위해 꼬리를 물었다.

같은 날 서구 내당동 두류네거리 역시 좌회전 차로(반고개네거리 방향)에 차량들이 100m 넘게 늘어서 신호대기중이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죽전네거리의 경우 퇴근 시간대가 되면 좌회전 차로에 차량들이 400m가량 꼬리를 문다.

직진 후 좌회전을 중심으로 한 교통선진화정책이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운전자들은 도심 교통흐름을 더 악화시킨다며 불만이다.

교통선진화정책에 따라 2010년 1월부터 대구 도심의 교차로 246곳의 신호가 모두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뀌었다. 삼거리까지 포함하면 모두 600곳이 넘는다.

회사원 이재원(30'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매일 퇴근길에 죽전네거리를 지나는데 신호를 2, 3번 받아야 한다"며 "차가 많이 밀릴 때는 횡단보도까지 점령해 보행자들이 차를 툭툭 차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구 서성네거리와 계산오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손충열(56'대구 달성군 다사읍) 씨는 "매일 시내로 출퇴근하면서 서성네거리를 지나는데 좌회전 차로에 차가 너무 많아 아침마다 짜증이 난다"며 "좌회전 신호 시간을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천대로 진입로에 위치한 네거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동신교 네거리와 수성교 네거리의 경우 신천대로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오후 늦은 시간대가 되면 수백m씩 줄을 서야만 한다.

이세현(27'대구 달서구 호산동) 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갈 때마다 동신교 네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항상 정체가 심하다"며 "신호를 받기 위해 차를 바짝 붙이다 급정거 할 때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차로의 교통량을 고려해 좌회전 신호시간을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운전자들은 도심네거리의 차량정체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성네거리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는 40초 이상 좌회전 신호시간을 주고 있었지만 정체는 여전했다. 경찰청은 2010년 4월 신호 순서를 '직진 후 좌회전'으로 변경한 후 6개 광역시 주요 도로에서 차량 속도가 3.5% 개선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차량 속도를 측정하지 않아 차량 속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강릉시와 제주시의 경우 직진 후 좌회전 신호체계 도입 이후 교통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많아지자 일부 구간을 '동시신호 후 직진', '직진 후 동시'로 변경하기도 했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도심에 위치한 교차로마다 교통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체가 심한 곳은 경찰청이 신호운영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경찰이 정체가 심한 교차로의 교통량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신호 운영시간을 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근'낮'퇴근'심야 시간으로 나눠 교통량에 따라 신호시간을 다르게 주고 있다"며 "한 곳의 신호 체계를 바꾸면 다른 곳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특정 교차로의 신호체계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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