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바람과 함께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전국 막걸리 양조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영양 양조장'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양군 영양읍내 군청과 읍사무소 사이에 자리한 이 양조장은 1920년대 초 지어진 건물로, 일제강점기 때인 1925년쯤부터 이 양조장에서 생산된 막걸리가 판매돼 87년간 이어지고 있다.
이 양조장 건물은 발효실, 냉각장, 원료저장고 등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건물 기둥은 압록강 적송으로 나무못만을 사용해 지었으며, 지붕도 트러스 구조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는 것. 누룩을 띄우는 건물은 벽과 천장이 두 겹에다 폭이 1m 정도이며, 벽 사이에 왕겨를 채워 건물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이곳에는 누룩을 담을 때 사용하던 나무 국함, 미닫이문, 양조장 현관문 위에 적힌 '전화 6'이라는 나무 푯말, 막걸리를 배달하거나 사러올 때 대기했던 자전거 주차장 등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재 권시복(66) 씨 등 2명이 운영하고 있는데, 전통 막걸리 맛인 텁텁함을 내는 '농부 막걸리'(농주)를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막걸리가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섞고 발효기간을 짧게 해 단맛과 톡 쏘는 탄산 느낌을 내고 있지만, 영양양조장의 막걸리는 옛날 맛 그대로를 내고 있다고 권 씨는 설명했다.
담배와 고추의 고장, 영양에서는 예부터 농번기에 일하는 사람이 많아 일꾼들이 몰리는 봄부터 가을까지 막걸리 판매량이 절정이었다. 1960, 70년대를 지나면서 인구가 크게 줄면서 많았던 양조장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현재 영양에는 양조장이 영양양조장 1곳에 불과하다. 영양군은 이 양조장을 근현대문화재로 지정해 영구보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권 씨는 "일제강점기 때 영양에 전화가 10대뿐이었는데, 그중에서 이 양조장에 여섯 번째 전화기가 설치됐기 때문에 '전화 6'이라는 푯말이 붙었다"며 "공공기관 외에 민간에서 전화번호를 받은 경우는 이 양조장이 첫 번째로, 그만큼 영양 경제에서 양조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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