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산다' 곡물 관련주 햇살

입력 2012-06-23 08:00:00

'먹어야 산다'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는 적도 없을 것이다. 104년 만의 가뭄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 국내 증시에서 비료 생산업체 등 곡물 관련 기업의 몸값이 뛴 것도 당연지사다. 수급 불안에 따른 반사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비단 국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국제 선물시장에서 곡물 가격도 연거푸 오르고 있다. 반면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소비 침체 전망으로 원자재값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1일 국내 증시에서는 곡물 관련주들이 한껏 기지개를 켰다. 유기질 비료 제조 업체 효성오앤비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7천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도 폭증했다. 전거래일의 12배가 넘는 30만 주가 거래됐다. 화학 비료 제조업체인 남해화학도 전거래일보다 540원(6.09%) 오른 9천400원에 마감했다. 자회사가 러시아에서 대규모 농장사업을 하고 있는 팜스토리한냉도 상한가를 쳤다.

곡물 관련주가 급등한 이유는 자명하다. 가뭄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거대 농업국에도 덮친 가뭄은 전세계 곡물시장을 흔들고 있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콩 11월물은 전거래일보다 0.8% 오른 부셸(27kg 안팎)당 13.95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동안 오른 것은 소폭이지만 4거래일 동안 6.6% 오른 것이다.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반면 언제 끝날지 모를 유럽발 경제위기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원자재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낸들 소비할 여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올 들어 원유, 구리,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약세로 원자재 관련 펀드 수익률은 급락하고 있다.

1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9개 원자재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18일 기준)은 -7.39%로 33개 테마펀드 중 최하위다. 서부텍사스원유는 올 들어 15.10% 빠졌고 구리도 최근 3개월 사이 12% 이상 떨어졌다. 원자재펀드 중에선 '유리글로벌천연가스자(H)C/A'가 올해 -20.95%의 수익률로 꼴찌였다. 금펀드(1.47%)를 제외한 원자재펀드는 최근 1년간 평균 20%가 넘는 손실을 냈다.

눈에 띄는 원자재 펀드도 있다.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ETF(상장지수펀드)'는 올들어 15.65%의 수익률을 보였다. 역시 먹거리 관련 상품이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