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달성공원] 숨은 명소들

입력 2012-06-21 14:12:27

동물만 있나요…나무도 시비도 '스토리텔링'

대구 달성공원은 동물만 있는 곳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대구를 대표하는 큰 인물들의 기념비가 곳곳에 세워져 있고, 역사성과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나무도 발견할 수 있다. 달성공원의 숨은 명소를 찾아봤다.

◆상화시비'최제우 동상

달성공원에는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일명 '서침나무'로 불리는 회화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 팽나무, 양버즘나무, 느릅나무, 왕벚나무, 가이즈카향나무 등이 공원 곳곳에 자리 잡고 시민들에게 그늘은 물론 조상의 멋과 향기를 제공하고 있다.

오랜 세월 달성공원을 지키며 영욕의 역사를 함께해온 '서침나무'. 300여 년의 수령도 자랑거리지만, 하늘로 쭉 뻗어 올라간 줄기가 장대한 멋을 풍긴다.

'서침'은 사람의 이름이다. 달성 서씨인 그는 조선 세종 때 세거지인 달성을 대구관아 부지로 제공하고, 그 포상 대신 주민의 환곡(춘궁기에 관아에서 빌려준 양식) 이자를 감해 줄 것을 건의한 그의 애민사상을 후세 사람들이 기려 나무에 이름을 붙였다.

서침나무 주위에는 1909년 1월 12일 순종 임금이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달성공원을 방문해 심었다는 향나무 두 그루가 있다.

달성공원 곳곳에는 기념비가 많이 있다. 상화 시비. 대구에서 태어나 43세라는 짧은 일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시비이다. 시비에는 그가 18세 때 발표한 시 '나의 침실로'가 새겨져 있다. 1948년 2월에 세워진 이 비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시비이다. 시 제목은 오세창 선생의 글씨, 시는 상화의 3남인 태희(당시 11세)의 글씨다.

수운 최제우 동상도 있다.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키는 이 동상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 동학을 창시하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그릇된 도로 정도를 어지럽힌다는 좌도난정(左道亂正)이란 죄목으로 대구장대(大邱將臺'현 관덕정 앞)에서 참형을 당해 순도한 최제우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 밖에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동한 왕산 허위 선생과 안동 출신으로 청년교육과 독립군 양성에 헌신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 그리고 석재 서병오와 죽농 서동균 선생을 기리는 예술비, 달성 서씨 유허비가 있다.

◆순종 임금 향나무

'달성공원에 가면 조선 마지막 임금 순종이 심은 향나무가 있다?'

공원 정문에서 중간 마주 보이는 곳에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가 담긴 향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높이 8m, 둘레 2.8m, 수령 170년 정도인 향나무.

1909년 1월 12일 대한제국 마지막 임금 순종이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달성공원을 방문해 심었다는 일본산 가이즈카향나무이다. 나무 밑동을 측정한 결과 오른쪽 나무 둘레가 왼쪽 것보다 굵은 것으로 나타나 오른쪽 것이 이토의 것이고, 왼쪽 나무가 순종이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와 같은 수령의 나무를 심었다고 전하고 있다.

공원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는 김창렬(72'중구 대신동) 씨는 "매일 이 나무 아래 쉬고 있는데. 이런 슬픈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들으니 울화통이 치밀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정웅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은 "비록 아픈 역사의 흔적이기는 하나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손수 심은 나무인 만큼 보존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향토역사관

대구지방의 역사, 민속, 생업과 관련된 유물자료와 선현'선열의 유품자료를 수집하여 2개 층 전시실에 상설 전시하고 있는 향토전시관. 제1전시실에는 선사시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향토역사와 생활문화의 흐름을 시대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2층의 제2전시실에는 향토의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농업, 상업, 교육, 약령시, 민속예술, 주거문화와 관련해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1층 전시관 입구에 있는 대구읍성과 경상감영의 축소 모형은 당시 건축물 배치와 도로망을 비교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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