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전통시장] 장터 달구는 '사람 명물'

입력 2012-06-21 14:14:15

전통시장에는 '명물'이 있다. 전국 최고의 혁신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남신시장에는 현호종 회장이 변화 바람의 주역이다. 남구 대명시장에는 두 총각이 인기다. 이들은 젊은이답게 시장 분위기를 북돋우고 희생과 봉사에도 당당하게 앞장선다.

# 주위 대형마트 5곳 뚫기 혁신경영 도입했더니 전국적 성공사례 해냈죠

◆대구 서남신시장 상인회 현호종 회장

서남신시장이 현대화에 성공한 배경에는 현호종 회장이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한 경영혁신기법을 도입하여 전국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통시장 활성화에 공헌한 공적으로 국민산업 포장을 받았다. 시장 주변에 대형소매점이 5개나 있지만 위축되지 않고 매년 10% 이상씩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성공한 전통시장을 배우려는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 회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주 서남신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창원시 명서 전통시장(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상인 60여 명이 '벤치마킹'을 하러 왔다.

창원시 명서 전통시장 허남명(50) 상인회장은 "고객휴게실 등 전통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훌륭한 시설을 갖췄다"며 "무엇보다도 상인들이 스스로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시장을 대형소매점에 빼앗길 수 없다는 모진 마음과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비장한 각오로 상인회원들이 똘똘 뭉쳐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친절과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 생선에도 가격표시제 손님 위한 배려에 친절 장사요? 기분으로 하죠

◆대명시장 생선가게 '어부의 아들' 정명철 씨

상큼한 간판, 깔끔한 가게. '어부의 아들'은 정명철(40) 씨가 주인이다. 7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생선 상자마다 가격을 표시해 손님이 쉽게 생선을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친절하고 부지런해 신세대 생선 장사꾼답다.

정 씨는 매일 오전 5시에 매천시장으로 향한다. "싱싱한 생선을 고르기 위해서 남보다 일찍 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녁 늦게 산책하면서 생선을 사러오는 손님이 있어 밤 10시쯤 문을 닫는다. 이 같은 노력으로 길가에서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시장 안으로 진출했다. 군 제대 후 원목가구, 자동차 정비, 오락기 등 다양한 사업을 했다. 선배에게 빌려준 돈을 떼이는 시련 후 맘을 다져 먹고 친구에게서 생선 장사를 배웠다. 5남매 중 넷째지만 자신이 노모를 모시고 산다.

지난해부터 유기견 보호를 위한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개를 키우는 손님에게는 생선가격도 할인해주는 등 인간미가 넘친다. "그렇게 하면 남는 것 있느냐?"는 질문에 "장사는 기분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라며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 053)657-5759.

# 육군 중사 출신 노총각 채소 유통 '열공' 정성 손님이 점점 늘어나요

◆대명시장 채소가게 '의성상회'김익현 씨

총각네 수산과 나란히 붙어 있는 총각네 채소가게에는 김익현(36) 씨가 있다. 안경 쓴 눈이 선해 보이지만 어엿한 육군 중사 출신이다.

어머니(61)와 함께 채소와 통닭 장사를 한다. 군 제대 후 직장 생활과 대형마트 납품사업까지 했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당한 후 채소장사로 전환했다.

30년 동안 채소장사를 해 온 어머니와 함께해 장사방법을 일찍 터득했다. 처음엔 자신의 가게물건만 해 왔으나 요즘은 시장 내 채소가게 열 곳의 주문을 받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은 어머니 손님이 훨씬 많지만 제 손님이 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채소장사로 전환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채소장사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배필로 어떤 아가씨를 원하느냐?"고 묻자 "부모님을 잘 모시는 맘씨 착한 아가씨면 OK"라며 선한 눈웃음을 지었다. 053)623-9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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