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분발하지 않기

입력 2012-06-21 11:11:46

2001년 일본 이와테 현의 마스다 지사는 '분발하지 않기' 선언을 했다. 일본도 지난 40년 간 도쿄 중심의 중앙집권이 가속화되었고, 각 지자체는 앞 다투어 도쿄의 사업을 따라 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지역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갔다. 이때 분발하지 않기가 나온 것이다.

분발하지 않기란 대도시에 비해 없는 것을 억울해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가진 것을 재발견하고 각자의 페이스에 맞춘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대구도 귀담아 들을 부분이다.

한국도 갈수록 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지방 소외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각 지역은 생존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 내고 중앙을 따라하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이 성공하면 비슷한 사업을 모두 추진한다. 문화의 중요성이 얘기되면 전부 화려한 공연장부터 짓고 본다. 오히려 그런 수많은 사업, 시설들이 지방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영남신공항, 메디시티, 각종 축제 등 대구가 추진하는 사업은 많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자. 그냥 한 번 주장해 본 사항은 없는지, 대구가 제대로 할 역량은 있는지. 우리가 모르는 대구가 잘 할 만한 다른 일은 없는지.

음악이 흐르고 왈츠를 추고, 곳곳마다 마술이 펼쳐지는 도시는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다. 여러 나라의 환자들이 대구를 찾아 진료 받는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세계의 유망한 기업이 대구를 찾아 투자를 한다면 대구의 앞날도 밝을 것이다. 많은 관광객이 대구를 찾는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다.

또 조용히 되짚어 보자. 아이템만 좋다고 그 일이 성공할 것인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민들이 즐기고 있던 부분들을 공론화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은 아닌가.

이제 차분히 대구가 잘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발굴하고 자료를 축적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매일신문이 앞장서야 한다.

첫째, 지난 선거 기간 매일신문은 다양한 정치색을 띤 정당이 대구에 뿌리 내리도록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토종 TK 논쟁까지 붙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 그런 논쟁은 끝나버렸다. 이제부터 4년간 대구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의 숨은 노력을 발굴해 내자. 기존 국회의원이면 공약을 점검하고, 총선 준비자라면 지역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알려주자.

둘째, 눈을 서울에 맞추지 말고 지역에 맞추자.

2012년 5월 12일자 기사다. "삼성도 인정한 특성화고 파워, 대구지역 올해 20명 입사"

지방의 실업고 학생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지역에 남을 인물들이다. 이들은 지역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도 싫어하고 들어가도 떠날 생각만 하고 주눅 들어 있다. 이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대구를 떠나 좋은 직장으로 간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대구를 지키는 중간 허리다. 이들이 지역의 기업에서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알리자. 지역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셋째, 모든 면에서 중앙에 뒤지는 대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2012년 6월 2일 청년포럼에 관한 주목할 만한 칼럼이 있었다. 지역의 젊은이들이 고민을 말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모임을 주도한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대구의 미래는 관 주도로 모든 것을 만들고 주민들은 따라 오도록 홍보하는 형식이었다. 20세기적인 발상이다. 이제는 모든 연령, 많은 지역에서 각자에 맞는 작은 목소리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근래 가장 성공한 사업은 골목길 투어이다. 하지만 아직도 중구청이 주도하는 사업에 머물러 있다. 시민 모두가 골목길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큰 길은 빨리 흘러 지나는 길이지만 골목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통의 장소이다. 세월에 따라 겹겹이 쌓여 있는 골목 내에서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국악은 전주가, 시조는 대구가 제격이다.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시민 모두의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일들이 무엇인지 알아내자. 이 것은 시민의 자존심을 높이고 그중에서 사업도 될 일이 있을 것이다.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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