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보행자도 사고 위험…돌기있는 '논슬립' 설치를
최신영(26'여'대구 수성구 파동) 씨는 지난 1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넘어져 크게 다쳤다. 약속시간에 늦은 최씨가 달서구 상인동 상인네거리에서 횡단보도로 급히 뛰다가 '시각장애인 안전유도블록'을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발가락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심하게 늘어나는 큰 부상을 입은 것. 전날 내린 눈이 덜 녹아서 안전유도블록의 표면이 미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최 씨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입사시험도 포기해야 했다"면서 "시각장애인 안전유도블록을 피해서 걷거나 조심스럽게 딛는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전유도블록(이하 유도블록)이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고무로 만든 유도블록은 콘크리트 재질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 그동안 많이 사용돼 왔지만 내구성이 약하고 눈'비가 오거나 물이 묻어 있을 때 더 미끄럽기 때문이다.
유도블록은 신발 바닥과의 접촉면적이 좁아서 더 미끄럽다. 김희승(34'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유도블록은 표면 돌출부 때문에 발이 자주 꺾여서 일부러 조심해 걷는데도 특히 비 오는 날 미끄러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유도블록이 더 미끄러워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한국산업표준(KS) 규격'에 따르면 유도블록의 미끄럼 저항은 '20BPN'으로 정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블록 재질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BPN은 미끄럼 저항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덜 미끄럽다는 뜻. 보통 일반 보도는 40~50BPN이고, 유도블록의 경우 외국에서는 40BPN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미끄러운 유도블록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생기자 대구 8개 구'군청은 연간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고무가 벗겨진 유도블록에 대한 보수'교체 공사를 벌이고 있다.
중구'수성구'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달청이 40BPN 이상의 유도블록을 물품구매기준으로 정한 공고를 낸 뒤 표면 돌출부에 돌기가 있는 '논슬립'(non-slip) 제품으로 설치를 하고 있다.
실제 도시철도 감삼역과 수성교~사대부고 사이 보도 일부, 와룡로 일부 등에서는 표면 돌기가 있어 BPN 수치가 60을 넘는 유도블록이 설치됐다.
하지만 예산 부족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구청에 따르면 유도블록에 대한 예산이 따로 책정돼 있지 않아 일부에 대해서만 교체를 하다 보니 지난해 와룡로 공사 구간이 이 구간 면적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서구청 관계자는 "그나마 블록 몇 개를 교체하는 소규모 작업을 할 때에는 업체마다 다른 블록을 선택하기 때문에 블록의 품질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물품 계약 공고를 통해 미끄럼 저항기준을 '40BPN'으로 밝혔지만 권장사항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며 "지자체가 KS 규격인 20BPN 기준에 맞춰 물품계약을 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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