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 전시 갤러리 분도
# 고색창연한 사물 극사실 화풍…낡은 것에 새겨진 '시간' 그려
이진용의 그림은 너무나 정교해서 마치 실제 물건 같다. 그가 그린 오래된 낡은 가방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가방 손잡이에 손을 넣고 가방을 들어올려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진용은 극사실 화풍의 그림을 그리지만 하이퍼리얼리즘과는 다르다고 선을 분명히 긋는다.
"사진처럼 보여지기 바라는 하이퍼리얼리즘과는 달라요. 제 그림에선 극사실로 잘 그리는 게 중요한 지점이 아닙니다. 눈으로 가방의 버클을 풀고, 그 가방을 열 수 있어야 하지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캔버스 안의 공기는 부풀어 오르고, 어디론가 흘러감을 느낄 수 있다. 평면이 비로소 열리고, 화면의 여백 사이로 걸어가고 싶은 기분이다.
이진용은 주로 낡았지만 세월의 멋을 풍기는 고색창연한 물건들을 그린다. 그 물건들은 모두 작가의 수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에는 작가의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다.
이진용은 수집광이다. 도자기, 가방, 시계, 책 할 것 없이 수집했다. 30여 년간 그가 컬렉션한 것은 수만, 아니 수십만 점에 이른다. 그는 오래되고 낡은 사물들이 지닌 '시간'을 사랑하고, 그것을 화폭에 옮긴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도자기, 가방 같은 '사물'이 아닙니다. 그 속에 스며있는 시간이지요. 백자, 코카콜라 병에 새겨진 시간 말이에요."
그의 오래된 물건 사랑은 유년시절부터 시작됐다. 오래된 장난감 모으는 것을 좋아하던 소년은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오래된 물건들을 사랑한다.
그가 그린 시계는 마치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 화선지를 10겹 이상 겹친 후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화선지를 붙여 다시 그림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러면 시계는 마치 흐르는 시간을 보여주듯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시간을 재현한 덕분에 우리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시간을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하루 네 시간 잠자며 오로지 그림에만 매달린다. 그래서 작가는 "지금까지 내가 100년은 더 살아온 것 같다"고 고백한다.
갤러리 분도에서 7월 7일까지 열리는 이진용의 전시에는 조각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가 사랑한 낡고 오래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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