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UN이 정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대구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발표한 노인 학대 실태 자료는 씁쓸함을 안겨준다. 지난해 학대당한 노인은 158명으로 2009년의 144명보다 9.7% 증가했으며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53.2%, 딸 16.6%, 배우자 15.2% 등으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은 언어폭력을 동반한 정서적 학대가 40.9%, 폭력 24.1%, 부양 의무 불이행 등 방임이 18.2% 등으로 조사됐다.
노인 학대의 구체적 사례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70대 노모가 아들이 돌보지 않아 동물 우리 옆에서 열악하게 생활하는가 하면 의처증 남편으로부터 매일 맞고 학대당하는 노인도 있었다. 이처럼 노인 학대는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며 가족 관계가 좋지 않거나 부양 의무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등 여러 요인을 짚어볼 수 있다. 어릴 때 학대당한 자식이 늙은 부모를 학대하기도 한다.
원인이야 어찌 됐든 노인 학대는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도 학대 행위자나 피해자가 학대인 줄 모르고 저지르거나 학대받는 노인이 자식에게 피해 갈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니 우울하고 슬픈 현실이다. 노인 학대에 대한 인식이 아동 학대나 폭력 등에 비해 부족해 사회적 관심이 적은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이 제정된 사실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 학대 문제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 만큼 학대받는 노인의 인권에 대해 사회적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노인 학대를 가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보고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노인이 경제활동을 통해 자립심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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