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봉사·급식봉사…제 직업은 자원봉사"
"누가 '봉사는 뭔가' 라고 묻는다면 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떳떳이 자원봉사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제게 봉사는 오래전부터 해온 일상이 됐습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 마음재단' 오형자(55) 급식지원국장은 평소 어려운 이들을 보면 베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다. 그의 스케줄 중 가장 중요한 일과는 매주 토요일 달성공원 토요나눔마당에서 펼쳐지는 점심 무료급식과 매주 목요일 대구시 신천동 희망교에서 열리는 신천효도급식을 총괄하는 것. 토요나눔마당에선 15년째 사랑의 국을 끓이는 주방장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토요나눔마당에선 1천여 명, 신천효도급식 땐 400여 명에게 급식을 하려면 질서유지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여장부가 될 수밖에 없다.
"봉사와 나눔을 시작한 지 얼추 28년이 다 돼 갑니다. 어려운 이웃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시집에서 분가한 후 셋방살이할 때였죠. 주위엔 어려운 이웃들이 많았습니다. 문득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오 국장은 처음에 새댁의 몸으로 남편회사에서 헌옷을 모아 깨끗이 세탁한 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시작으로 차차 더 많은 옷을 모아 고아원 등에도 보냈다. 결코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나눌수록 그의 행복은 커져만 갔다.
내친김에 오 국장은 아예 뜻을 같이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봉사단체 '자매회'를 조직했다. 올해로 딱 20년째를 맞은 30여 명의 자매회원들은 토요나눔마당 급식 봉사뿐 아니라 4년 전부터는 개인적으로 대구시 남구 봉덕동 일대 홀몸노인 30가구에 매달 김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왜 김치냐고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다른 반찬보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게 김치이기 때문입니다."
김치 봉사는 그가 대구시 남구 일대서 도배봉사를 할 때 우연히 열어본 홀몸노인의 낡은 냉장고가 텅 빈 것을 보고 짠한 마음에서 소매를 걷어붙인 일이다.
"처음엔 반찬을 제공했죠. 그런데 도와주던 한 분이 한 번 한 후 힘들어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전 약속을 중히 여기는 성격이라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김치 담그는 날엔 오 국장의 집은 잔치 분위기가 된다. 그를 도와주는 지인들이 모여 김치를 담그느라 시끌벅적하다. 김치 봉사에 드는 경비 월 40만~50만원 중 50%는 오 국장이 자비로 담당하고 나머지는 지인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지금까지 한 봉사활동에 만족합니다. 일을 제가 만들지만 하다 보면 주위에서 많이 도와준 덕에 별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인덕이 많은 것 같아요."
오 국장은 봉사가 인연이 돼 수양딸을 자처하는 사람도 셋이나 된다고 귀띔했다. 김치 나르는 일처럼 힘쓰는 봉사를 담당하는 남동생도 일곱이나 된다. 최근 들어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장애인들에게도 김치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 오 국장은 봉사하는 날 외에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15년 전 '함께하는 마음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그는 인맥을 통해 후원금 모금에도 앞장서고 있다.
"수많은 봉사현장에 있어봤지만 일 안 하는 봉사자와 마일리지 시간을 따려고 서성대는 봉사자가 제일 꼴불견입니다. 봉사는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노력입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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