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흰 공간은 하나의 우주"

입력 2012-06-14 07:35:15

현대미술가 이강소 전 갤러리 신라 내달 15일까지

# 평면·조각·사진 작품 모두 선보여

# "동양적 사고 미술에 큰 역할할 것"

현대미술가 이강소의 전시가 7월 15일까지 갤러리 신라에서 열린다. 이강소는 이번 전시에서 평면, 조각, 사진 작품을 모두 선보인다.

그는 캔버스의 흰 공간을 적극적인 개념으로 대면한다. 그는 '캔버스가 우주'라고 강조한다.

"캔버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입니다. 상상의 공간을 넘어서서, 입자와 공간이 모두 존재하는 곳이지요."

그래서 그는 캔버스 위 붓질하는 행위를 우주의 탄생에 비유한다. "붓질을 함으로써 기운과 이미지가 일어납니다. 만물이 생겨나는 형상이지요." 획을 긋는 몸은 '정신으로서의 몸'이다.

이를 두고 미술평론가 황인은 "몸은 정신의 밀도로 바뀌고 그 밀도는 필획을 통해 캔버스 위에 뿌려진다"고 표현했다. 작품 제목은 '허(虛)'. 그는 최근 한 획으로 끝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붓질한다. 작가는 모든 신체가 평상심을 이루고 있을 때, 세계와 잘 조화된 상태에 있을 때 획을 긋는다. 직관이 강한 예술이다. 하지만 이강소의 선은 미국 현대미술가 사이 톰블리의 무의식적인 선과는 다르다. 붓을 통해 작가 정신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강소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카메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진을 찍어왔다. 작품으로서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기가 세상을 보는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어서다.

"사진은 사진기가 사물을 보는 세계입니다. 내가 보는 세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지만, 기계가 바라보는 세계를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사진이죠." 이번 전시에는 카메라가 찍은 정글의 생생한 장면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흙조각 작품 역시 캔버스 작업의 연장이다. 마치 평면의 획들이 입체로 내려앉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직사각형으로 절단된 흙덩이를 던져서 작품을 완성한다. "서구는 개념적이고 이성적인 예술관이 있지만 동아시아에는 직관이 어우러진 정신이 바탕이 됩니다. 붓질을 하거나 흙을 던질 때 형태와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하지요."

던져진 흙은 자연스럽게 중력과 물성에 의해 모양이 찌그러진다. 서로 엉긴 흙덩이에는 시간이 지나간 흔적만이 남아 있다.

이강소는 1970년대 현대미술에서 실험적인 작품과 퍼포먼스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제 한국 현대미술의 중견이 된 그가 젊은 작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동아시아 전통미술의 정신을 주목하세요. 앞으로 동아시아적 사고가 서구 현대미술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전통의 정신과 상통하는 작가가 중요하게 부각되겠지요. 근대 과학주의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으니까요. 자연과 세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전통적 사고가 미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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