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 '화차'는 우리 세대의 현실이다

입력 2012-06-14 07:41:28

최근 개봉해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화차'는 사채와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사회의 '빚'에 관한 문제를 조명하는 영화다. 비록 김민희가 연기한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과 무관한 채무로 평생을 고통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 때문에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현실 속 서민들의 모습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화차가 지금도 충분히 수작이지만 미스터리 형식 속에서 단순히 억압된 개인을 다루는 차원을 넘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관통하는 작품이 되었다면 더 훌륭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갖게 된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카드 사용과 대출 등 과소비로 말미암은 개인의 문제로 사회현상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누구도 빚을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대출이나 카드 발급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를 제한하면 되는 일이고 반대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금융이 제한되고 있다면 문턱을 낮추면 그만인 것이다.

연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이 적용되는 직장이 수두룩하고 결혼 적령기가 도래함에 따라 또는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지출해야 할 돈은 많아지는데 허리띠만 조르면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역시 현실인식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와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2세도 낳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대한민국과 젊은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분들에게 우리 세대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술도 안 마시고 나들이 한 번 가본 적이 없는데 30대 중반의 3년 차 현직교수인 필자가 결혼은 고사하고 떠돌이 까치처럼 보증금이 없어 단기 월세방을 전전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학창시절에 학내는 물론 시와 정부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공부했는데 왜 필자는 지금까지 매달 월급 전부를 대출금과 카드 리볼빙 상환에 쓰고 현금서비스를 받아야만 다음 달 생활이 가능한가 말이다.

우리 세대가 영화 속의 '차경선'처럼 달리는 '화차'에서 내릴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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