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 "생태하천사업 일환"…주민들 "협의 한번없이" 불만
12일 오후 대구 북구 동천동의 팔거천 구수교 주변. 하천 주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를 베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잘려나간 나무 수십 그루는 밑둥만 남아 있었다. 이 하천 주변에는 수령 20년 정도의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와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더)가 우거져 있었지만 이틀 만에 100그루가 넘는 나무가 사라졌다.
주민 이종덕(84) 씨는 "인도에 있는 나무만 남겨놓고 하천 주변 나무가 몽땅 사라졌다"면서 "나무그늘 아래서 운동도 하고 휴식처로 좋았는데 나무를 왜 죄다 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북구청은 생태하천 조성사업 구간에 제방을 높인다는 이유로 가로수 100여 그루를 잘라냈다.
구청은 "침수 피해 우려가 있어 제방을 1m 높여야 해 가로수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북구청은 수해 상습지역 개선 등 재해 예방을 위해 '팔거천 하천정비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가로수가 잘린 구간은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거동교~대동교 구간으로 내년 2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구청은 지난 2008년 이 지역의 하천 유입량과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제방을 지금보다 1m가량 더 높여야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용역 결과를 받았다.
도심 미관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옹벽으로 된 제방을 설치하는 대신 가로수 120여 그루를 제거한 자리에 1m 높이의 흙 제방을 쌓아 올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하천 주변 300m안에 있는 수령 20년 양버즘나무와 개잎갈나무 114 그루가 잘려 나갔다.
북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이 사업의 목적이 수해 방지와 재해 예방이기 때문에 가로수를 지키는 것보다 제방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나무 수백 그루를 다시 이식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수령 20년이 넘은 나무를 여기에 심을 경우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어 새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수십 년간 물난리 없이 잘 지내왔는데 동네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구청이 나무 수백 그루를 잘랐다며 항의하고 있다. 동천동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한 50대 남성은 "20년 전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함께 자라온 이 나무들은 우리에게 이웃과도 같은 존재"라며 "구청이 주민 의사 한 번 묻지 않고 나무들을 죄다 잘라 버렸다"고 비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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