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旗는 고사하고… 뜻도 모르는 현충일

입력 2012-06-06 10:50:51

인터넷 포털 초교생 답변 "학교 안가고 하루 쉬는 날" "태극기 왜

순국선열의 충정을 기리는 현충일이 점점 잊히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현충일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는 데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들도 갈수록 줄고 있다.

5일 한 인터넷 포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학교 숙제로 현충일의 의미를 묻는 글들이 수십 개 이상 올라와 있었다. '학교 안 가고 하루 쉬는 날이다', '태극기를 다는 날인데 왜 다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다른 인터넷 포털에서도 현충일 의미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답변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틀렸다. 현충일 의미에 대해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단 네티즌도 있었다. 심지어 '현충일에 영화관이나 나이트 클럽이 문을 여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김창현(8) 군은 "학교에서도 현충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냥 학교를 안 가는 날이라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성은(10) 양은 "현충일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기 위한 날이지만 그 분들이 왜 조국을 위해 싸웠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아이들에게 현충일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려 주는 데 소극적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배모(39'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씨는 "아들에게 현충일에 대해 따로 설명해 준 적은 없다"며 "현충일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지정됐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진모(45'여) 씨는 "현충일에 대해 학년별로 다른 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며 "저학년들에게도 현충일 관련 동영상 시청과 태극기 그리기 등 다양한 교육을 하지만 학생들이 현충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충일에 태극기를 단 집을 찾기도 어렵다. 6일 오전 7시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한 동에 1, 2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조기 게양법을 따르지 않고 평일 게양법으로 태극기를 내단 곳이 많았다. 주민 김모(40'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현충일을 맞아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은 곳이 많아 아쉽다"면서 "시민들이 태극기에 대해 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낙동강승전기념관에 따르면 4, 5월 방문객 수는 6만6천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4천700여 명)에 비해 22%가량 줄었다. 낙동강승전기념관 관계자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많이 찾아 참전용사들의 애국정신을 되새겨달라"고 말했다.

경북대 노진철 교수(사회학과)는 "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국가나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현충일을 국민 전체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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