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재발견 요우커들이 몰려온다

입력 2012-06-02 07:38:17

대구에 수학여행을 온 중국 학생들이 대구스타디움을 돌아보고 있다.
대구에 수학여행을 온 중국 학생들이 대구스타디움을 돌아보고 있다.
대구를 찾은 다양한 계층의 요우커들은 관광지로 동화사나 안동하회마을을 쇼핑 코스로는 화장품매장을 찾는다.
대구시내 50여 업소가 중화권 필수 카드 은련카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대구를 찾은 다양한 계층의 요우커들은 관광지로 동화사나 안동하회마을을 쇼핑 코스로는 화장품매장을 찾는다.
대구시내 50여 업소가 중화권 필수 카드 은련카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대구에 중화권 관광객, '요우커'가 몰려오고 있다.

요우커(遊客)는 중국어로 '관광객'이란 뜻이다. 뜻만 보면 일반명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내를 찾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을 가리키는 단어로 굳어졌다.

요우커의 대구 방문은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동성로 등에서 이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됐다. 그들은 대구에 와서 어디를 방문하고, 또 무엇을 즐길까? 그리고 요우커 특수를 통해 대구는 진정 '관광 대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요우커 대구 방문 급증

우리나라를 찾는 요우커는 최근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은 2007년 153만 명에서 지난해 292만 명으로 5년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

대구의 경우 더욱 큰 폭으로 늘었다. 중화권 관광객 증가는 우리나라 전체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대구의 경우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대구방문의 해를 거치며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1/4분기에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4만5천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났다. 이 가운데 중국, 대만, 홍콩에서 온 관광객이 1만7천859명으로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천217명에 비해 무려 242% 늘어난 것이다. 유독 중화권 관광객만 그렇다. 대구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1/4분기 6천958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7천996명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양한 대구 즐기는 요우커

대구를 찾는 요우커는 개인 위주의 여행사 패키지 관광객과 단체 위주의 특수목적 대규모 관광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수목적 대규모 관광객은 다시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실버 관광객, 수학여행 관광객, 기업 인센티브(포상) 관광객이다. 이들이 주로 찾는 관광 코스도 다르다.

실버 관광객은 말 그대로 고령층의 관광객을 뜻한다. 대구에 있는 시니어체험관, 노인복지관 등을 주로 찾는다. 노인 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전시된 첨단노인용품을 구경하며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노인 특화 시설과 용품이 아주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시설이 오히려 중화권 관광객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대규모로 오는 수학여행단은 대구를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 수를 폭발적으로 늘린 일등공신이다. 주로 인천항을 통해 배를 타고 들어오는 중국 학생들의 대구 방문은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동'하계 방학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여름에도 1천 명이 넘는 중국 수학여행단의 대구 방문이 확정돼 있다. 대구스타디움, 스포츠기념관, 이월드 등이 주요 관광 코스다.

기업 인센티브 관광객은 중국 현지의 기업 등에서 포상 휴가로 대구를 방문하는 것이다. 동화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올해 4월에 개관한 동화사 국제선체험관을 많이 찾는다.

중화권 관광객들은 직접 체험하는 관광 코스도 많이 즐기고 있다. 허브힐즈의 허브향 체험, 허브비누 만들기 프로그램이 인기다.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의 지진 체험이나 동화사 다도 체험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기 나라에서 농경지를 찾기 힘든 홍콩 관광객들은 구암 팜스테이 마을을 방문해 각종 과일 수확, 트랙터 등 농기계 탑승 체험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화권 관광객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는 팔공산 동화사다. 동화사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안혜정 중국어 통역안내사는 "동화사와 그 주변에 있는 갓바위, 팔공산 케이블카, 최근 문을 연 국제선체험관 등이 관광코스로 연계되는 장점이 있다"며 "동화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중 중화권 관광객의 비중이 가장 높고, 1년 내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큼직하게 쓰고, 적극적으로 즐기고

요우커는 쇼핑 관광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화권 관광객의 1인 평균 지출 경비는 1천940달러(약 220만원)였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지출 경비 1천410달러(약 160만원)를 훌쩍 넘는다.

이는 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중화권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대구의 쇼핑 장소는 동성로, 약령시, 서문시장이다. 씀씀이가 커지면서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들고 오는 중화권 관광객이 많아졌다. 그런데 대부분 중화권 필수 신용카드라고 불리는 은련카드를 사용한다. 그래서 대구 시내 50여 곳 업소는 은련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대구,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물론 편의점, 대형마트, 화장품 매장 등 다양하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중화권 관광객들의 쇼핑에서 화장품은 필수 품목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가 거의 '몰표'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품 전문매장인 아리따움 동성로점의 김정하 매니저는 "최근 중화권 외국인 관광객들은 매장에 오면 무조건 라네즈 화장품만 찾는다. 한 번에 평균 40만원어치를 구입한다. 적게 써도 10만원은 가볍게 넘긴다"며 "중국어로 홍보 문구를 새긴 대형 패널을 매장 앞에 세워 놓고, 기념품 샘플을 무료 증정하는 등 중화권 관광객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규모 단위 및 젊은 층 요우커도 늘고 있다. 대구에 2년째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장춘웬(26'여) 씨는 지난 4월 부모님과 남동생을 초대해 대구 관광을 함께 즐겼다. 장춘웬 씨의 부모님은 1년 전에는 단체 관광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가족 단위로 딸이 있는 대구를 찾았다. 가이드를 해 준 딸 덕분에 마음껏 대구 관광을 즐기고 돌아갔다.

동성로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이전의 중화권 관광객은 장년층 이상의 단체 위주였지만 요즘은 개인이나 가족 단위가 꽤 늘었다"며 "특히 대구에 중국인 교환학생이 많이 거주하면서 이들이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해 대구 관광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화권 관광객들이 관광안내소에 묻는 질문도 이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단순히 먹고, 걷는 관광만 하지 않고, 한류 관련 축제가 혹시 열리고 있는지, 드라마 촬영 장소가 어디인지 등을 꼼꼼히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행여나 느슨한 관광 코스를 추천해주면 "대구의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방문할 수 있도록 밀도 높게 코스를 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관광 대구' 가능성 충분

대구를 찾는 요우커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늘고 있지만 유명 관광지인 서울, 부산, 제주도와 달리 대구는 관광 '경유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관광객은 인천, 경기도 평택 등으로 입국해 주로 서울에서 관광을 하고, 대만과 홍콩 관광객은 부산으로 입국해 부산과 그 주변에서 관광을 해결한다. 제주도 역시 자체적으로 관광 기능을 소화한다. 이처럼 입'출국 관문이 되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관광 기능도 소화하기 때문에 내륙에 있는 대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 중국관광객 유치단 관계자는 "우리가 외국에 나가도 도시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듯이 중화권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일정 중 대구에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관광 코스 개발 및 홍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의 관광 이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부산 대신 대구를 찾는 대만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주로 부산을 통해 입'출국을 하는 대만 관광객들은 이전에는 부산에 주로 머물렀다. 하지만 부산의 비싼 숙박비가 문제되면서 비슷한 시설 수준에 저렴하게 머무를 수 있는 대구의 숙박시설을 찾고 있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대만 관광객의 4박 5일 일정 중 3박 4일을 대구에 잡아두고 있을 정도"라며 "오래 머무르는 만큼 대구의 부족한 관광 코스에 경북권 관광 코스를 보완해 만족도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관광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관광자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늘 나오지만 인식의 변화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이응진 교수는 "동대구로에 줄지어 선 히말라야시더 가로수도 의미 부여만 잘하면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의 센강도 사실은 신천처럼 평범한 하천일 뿐이지만 낭만의 이미지와 역사적 맥락을 부여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대구의 길거리, 건축물, 자연환경에도 의미를 잘만 부여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며 "없는 관광자원을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대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발굴해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사방에 푸른 산이 있고, 도시 안에 강이 흐르는 대구는 일단 기본기는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