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서 태어났어? 두 살 동현이, 엄마가슴 기대 "여기…"

입력 2012-06-02 07:42:44

늦둥이 입양아 키우는 김경원·김문억 씨 부부

'가슴으로 품은 아이' 동현이의 입양으로 집안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행복한 부부와 셋째 아들 동준 군 그리고 동현이.

'가슴으로, 사랑으로 낳은 아이들'.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 입양을 보내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 부끄럽기도 하다. 지난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국내 입양된 아동의 통계를 보면 전체 551명 중 여아가 375명, 남아가 176명으로 대부분의 입양 신청 가정이 여아를 선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자 아이는 해외 입양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입양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많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가정들이 입양을 고려하고 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서 입양한 가정은 또 다른 행복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새 생명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내 피가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고귀하게 지켜주는 역설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본사에 연락해 대구에 있는 입양 가정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대구지부를 통해 자녀가 3명 있는데도 지난해 한 남아를 입양한 김경원(49'B&D 플랜트사업 대표)'김문억(46'진보산업 대표) 씨 부부를 소개받았다. '100% 공개를 원한다'는 기자의 요구에 '오케이'라고 흔쾌히 답해줬다.

◆씩씩한 동현이, 행복 충전소

30일 오후 9시 30분. 입양가족 취재를 위해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빌라를 찾았다. 40대 후반의 부부 사이에 1년 4개월 된 씩씩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거실에서 밤늦게 찾아온 낯선 손님을 반갑게 맞아줬다. '복덩이'라고 하면, 자신이라며 스스로 으스대고, '필승'이라고 하면 손을 들어 경례를 했다.

또 가슴으로 동현이를 품은 어머니 김 씨가 '동현이 어디서 태어났어?'라고 물으니, 가슴에 손을 대며 자신의 어머니가 가슴으로 품은 아이임을 말한다.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늦게 퇴근해서 이제 막 샤워를 마친 아버지 김 씨가 동현이를 안아줬다. 그리고 둘째딸 혜진(17'대곡고 2년) 양과 셋째 아들 동준(13'도원중 1년) 군이 거실로 나왔다. 첫째 딸 현진(19'중국 대련 풍력 국제고 3년) 양은 외교통상부 공무원을 목표로 중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첫째 딸이 동현이를 입양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현진 양은 입양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입양을 고민하는 아버지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해 입양을 설득했다. 결국 아버지는 입양을 결심했다. 김 씨 부부 가정은 2남 2녀를 둔 6명의 대가족을 이루게 됐다.

어머니 김 씨는 "넉넉한 가정이어서 입양한 것은 아니다. 내 몸으로 낳지 않아도 가슴으로 품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며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한 대구의 일곱 가정이 매월 모임을 하는데 모두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동현이 출생의 비밀과 입양 계기

이 가정의 살림꾼인 김문억 씨는 자녀 셋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사회에 봉사하고픈 욕구가 커졌다. 그러던 차에 TV의 한 프로그램인 '아내와의 약속'을 보던 중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 아이들을 볼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접했다. 바로 대구지부에 전화를 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부모가 돌봐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서 직접 키우고 보살펴주는 봉사였다.

첫 봉사는 '사랑이'라는 딸 아이의 위탁모 역할이었다. 5개월 동안 애지중지 키운 '사랑이'는 가족과 정이 들 무렵, 나타난 생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많이 서운하고 그리움에 사무친 상황에서 생후 3일 된 남자 아이 동현이를 키우게 됐다. 동현이의 생부'생모는 고등학생 또래의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아 친권을 포기하고 갓난아이를 홀트아동복지회에 넘겼다.

김 씨 가족은 9개월 동안 동현이를 보살폈다. 그 해 11월 10일에는 미국 입양을 위한 수속을 밟기 위해 동현이를 서울로 보내야 했다. 아버지 김 씨가 입양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아내와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동현이를 입양키로 결정했다. 급하게 서울로 전화해서 동현이의 해외 입양 절차를 중단시키고 국내 입양을 서둘렀다. 그렇게 해서 동현이는 막둥이로 김 씨 가족의 품에 안겼다.

동현이는 잘 울지 않는다. 동네에서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둘째 혜진 양이 동현이를 잘 챙겨주고, 셋째 동준이도 막내의 특권(?)을 기꺼이 내어주며 듬직한 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골치 아픈 문제 없을까?

과감하게 질문을 던졌다. 첫째 질문은 '동현이에게 입양 사실을 언제 알릴 것인가'.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김 씨 부부는 '지금부터 동현이에게 사실 그대로 가슴으로 품은 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특정 시점이 되어서 알려주는 것은 아이에게도 충격이 있을 테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입양한 아이지만 사랑스럽고 소중한 자식'이라고 인식시키고 있는 것.

둘째 질문도 결과적으로 우문에 가까웠다. '재산 상속은 4분의 1로 할 수 있겠느냐.' 이 부부의 대답은 영어로 'Of course'(당연하지). 현재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두 딸과 아들도 100% 동의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질문에 답하던 중 남편 김 씨는 "사실 물려줄 재산도 없어요. 빚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해 기자와 부인의 웃음보를 터지게 했다.

셋째 질문 역시 하지 말아도 될 쓸데없는 기우(杞憂)가 돼 버렸다. '만약 동현이로 인해서 집안에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면'이라는 질문이었는데, 부인 김 씨는 "지금까지 모두가 행복하고, 조금 불편한 점은 감수하고 있다. 앞으로 행복만 가득할 것으로 믿고, 닥칠 어려움은 극복하면 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양했기 때문에 다 받아들인다"고 답해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가슴으로 품은 아이' 동현이 때문에 이 가정은 한없이 행복했다. 친정 식구들도 매월 일정 금액을 동현이를 위해 써달라고 보내주고 있으며, 동네 사람들에게도 입양 가정으로 스타급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 부부는 "우린 대구의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되고 싶다"며 "다들 주저하지 말고 국내 입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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