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누가 자격을 말하는가

입력 2012-05-29 10:52:43

자격(資格)-일정한 신분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출당 조치가 내려질 거라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당원 자격 정지 등 출당의 이유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이 이유라고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라는 두 거대 정당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관심 밖이던 통합진보당이 갑자기 국민들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됐다. 그런데 그들만의 조건과, 당에서의 룰이라는 게 필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월요일 아침이면 운동장에 모든 학생들이 모여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아침 조회를 하고는 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한 행사 혹은 심지어 프로야구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운동경기 관람을 시작할 때도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국민의례를 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각종 행사 때 애국가도 안 부르고 자기들만의 구호(?)를 외친다고 그 당의 한 대표적 정치인이 지적을 했다. 그 황당함이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 부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국가보안법, 애국가 및 사상적인 이야기, TV 토론에서의 김일성 3대 세습 및 천안함 폭침의 원인 규명에 대한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의 질문 회피 등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의아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통합진보당은 자격(?)도 없는 후보자를 공천하여 이렇게 나라를 또다시 사상적인 문제로 혼란스럽게 하는지 한심스럽다.

물론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논문 논란으로 탈당한 문대성 당선자,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김형태 당선자도 그렇게 잘난 사람들로 구성한 공천심사위원회가 멀쩡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또 자격(?) 논란에 휩싸이도록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위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자격이 없는 것일까? 문대성 당선자를 보자.

문대성. 그는 한때는 뒤돌려 차기 한 방으로 국민들의 영웅으로, 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기자 출신 IOC 위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쌓아놓은 화려한 명성은 국회의원 검증이라는 '논문' 뒤돌려 차기 한 방으로 KO되었다.

논문 대필은 학계에서는 KO감이다. 하지만 그가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 IOC 위원이 되기까지의 노력까지 KO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태권도학과 교수다. 논문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실무 경험, 이론보다는 움직임이 더 중요한 학문이라 생각한다, 학교 측도 그런 쪽에 중심을 두고 그를 임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교수직을 사퇴했다. 이대로라면 국회의원직도 사퇴할 것이다.

그는 자격이 없는 것일까? 외국의 유명한 대학 나오고, 글 잘 쓰고, 말 잘하여 국민과 학생들에게 사기 치는 교수가 자격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와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실무 위주의 성과를 내는 교수가 자격이 있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위 SKY 대학 출신의 프리미엄을 가지고 활동했던 경제 사범(저축은행 사건 등)의 숫자는?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리더라는 자격으로 국민들을 잘 이끌고 있는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자격'이라는 프리즘은 어디가 시작이고 끝은 어디까지일까?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투명함)이나 능력'이라는 자격이 있으면 누구나 그 자격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자격을 남용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고, 사회적 통념 속에 휘둘려서도 안 될 것이다.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자, 나가 아닌 남이 먼저인 그런 사람이 진정한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격이란 꼭 타이틀이 아닌 '국민의 자격' 혹은 '남편의 자격'이라고 할 때처럼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는 데서 출발한다. 또한 '자격'을 빌미로 자신의 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해서는 안 된다. 또 '자격'은 졸업장, 출신 성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능력에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의 자격은 누구보다도 국민이 잘 알 것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당선이 됐다면 유권자의 책임이 더 크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무자격자를 대표로 뽑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람 보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다.

자격, 너무 쉽게 이야기를 하지만 제대로 갖추기는 어렵다. 자격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격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는 것도 자격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중요해 보인다.

박문희/경산1대학교 교수·방송연예연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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