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란 7주갑… '아픈 역사' 60년마다 되새기다

입력 2012-05-29 08:07:52

내달 2일 '기념 문화·학술 대제전'…"국가 행사로 명맥 이을 근거

당시 신익희(왼쪽) 국회의장과 백낙준 문교부 장관.
당시 신익희(왼쪽) 국회의장과 백낙준 문교부 장관.
1952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이 6
1952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이 6'25전쟁 중에도 안동 하회마을에 신현돈 경상북도지사를 사제관으로 보내 문충공 서애 류성룡 선생에 사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사진은 이승만 대통령이 내린 사제사 제문. (사진 (사)임진란정신문화선양회 제공)
전쟁중이었던 지난 1952년 5월 서울 충무로 광장에서는
전쟁중이었던 지난 1952년 5월 서울 충무로 광장에서는 '임진란 6주갑 기념 국난극복 시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의 기념사와 존 무초 미국대사, 왕둥웬 중화민국(대만) 대사의 축사가 있었다. (사진 국가기록원 제공)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은 고 영의정 풍원부원군 문충공 서애 류선생의 영위(靈位)전에 공경히 국가제향(祭享)을 올리나이다' 2012년 6월 2일 오전 11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안동 풍천 하회마을 충효당 사당을 찾아 서애 류성룡 선생에 대한 사제사(賜祭祀'국가행사 제사)를 올릴 예정이다. 이날 낭독되는 제문(祭文)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하여' 최광식 장관이 사제관(賜祭官'국가임명 제관)으로 참석하고, '국가 제향'을 올림으로써 사제사의 역사성을 확인하고 국가적 행사임을 분명히 밝히게 된다.

60년마다 되돌아 오는 임진란을 기렸던 국가주도 공식행사인 사제사는 하마터면 명맥이 끊길 뻔했다. 그러나 문충공 류성룡, 충무공 이순신 등 임진왜란 당시 공신들의 후손들에 의해 역사성이 밝혀지면서 '임진란 7주갑 기념 문화'학술대제전'을 통해 임진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됐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인 류한성(73) 임진란7주갑기념사업 집행위원장의 어렴풋한 어릴 적 기억들에서 시작됐다. 60년을 거슬러 올라 1952년 5월 24일, 류한성 위원장의 나이 13세 되던 해에 하회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6'25전쟁의 한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을 대리해 신현돈 경북도지사를 제관으로 보내 서애 선생에 대한 사제사를 올렸으며 백낙준 문교부장관은 하회마을내에 자리한 풍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강연을 가졌다. 60년 전 전쟁의 한 복판에서도 1952년 5월 서애 류성룡에 대한 사제사뿐만 아니라 서울 충무로 광장에서는 '임진란 6주갑기념 국난극복 시민대회'가 열렸던 것이다.

류 위원장을 비롯해 임진란 9공신 후손들은 이 같은 기억과 자료들을 토대로 지난 2008년 6월 운현궁에서 모임을 갖고 임진란 주갑 행사를 이어가기 위한 본격적 움직임에 나섰다. 이들은 예로부터 조정이 임진왜란 60년마다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활동한 공신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던 흔적을 찾아냈다. 임금은 시호(諡號)를 내리고 봉사손(奉祀孫)이 끊어지지 않도록 했으며 사우(祠宇)나 치제(致祭)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1772년 임진란 3주갑때는 영조 임금이 직접 문렬공 조헌, 충무공 이순신, 충렬공 송상현, 충렬공 고경명 등 순절하신 4분의 장군에게 치제하고 그 후손을 녹용하도록 명했다. 1832년 임진란 4주갑에 이르러서는 순조 임금이 순절하신 4분의 순절지에 도백을 보내 단(壇)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정부 부처를 찾아 설득에 나서고 학술대회를 여는 등 2년여 동안 수많은 정부 인사, 학계, 전국 유림과 후손들을 찾아 나선 결과 2010년 '(사)임진란정신문화선양회'(이하 선양회) 설립허가를 받아 냈다.

지난 한 해 동안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전국 의병장 후손찾기와 회원단체 가입에 나서는 한편, 임진란 7주갑이 되는 2012년 행사를 준비해 나갔다. 이 같은 발품과 노력으로 오는 6월 2일 하회마을 사제사와 안동 탈춤공원 기념식을 시작으로 '임진란 7주갑 기념 문화'학술 대제전'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7주갑 기념행사는 6월 2일 하회마을 사제사와 공신 및 의병행렬 재연 퍼레이드, 탈춤공원 기념식을 시작으로 4회에 걸친 국제학술대회, 2차례의 유품'유물 특별전, 임진란 9공신 사제사'단제사, 각종 연구 및 자료 발간 사업 등이 마련된다. 이종남(76'전 감사원장) 선양회장은 "임진란 주갑 행사는 예로부터 임금이 직접 제관과 제물을 내려보내는 등 왕명으로 추진됐던 국가적 행사였으며 7주갑 행사도 역사적 정당성을 지닌 사업"이라며 "이제는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임진란 주갑 행사의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국가 기념행사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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