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포토맥 강변에 자리 잡은 알링턴국립묘지 내 기념비에는 이런 구절이 새겨져 있다. 'Freedom is not free.' 풀이하자면 '대가 없는 자유는 없다'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묻혀 있는 그 어떤 유공자보다 이 헌사가 더 잘 어울리는 이들은 바로 '무명용사'들이다. 자유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내던진 이들이다. 자유의 가치와 의미가 아무리 크고 깊다 해도 이들의 죽음보다 더 무겁고 진실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무명용사의 묘도 이 벌판 저 골짝에 묻혀 그 주검조차 찾지 못한 이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안식처다. 한 평 남짓한 땅과 작은 비석이 전부일지라도 참배객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헌화하는 손길이 스치기 때문이다. 오직 산새 소리만 들어야 하는, 돌아오지 못하는 자들의 유해는 지금도 비바람에 시간의 화석이 되고 있다. 자유와 맞바꾼 이들의 주검에 송구스러움을 갖지 못한다면 자유는 말의 잔치에 불과하다.
1950년 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 때 전사한 카투사(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유해 12구가 6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북한 땅에서 발굴된 한국군 전사자 유해로는 최초의 봉환이다. 미군 유해에 섞여 태평양을 건너갔다 한국사람임이 밝혀지면서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나라와 자유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이들을 우리 손으로 거두지 못한 사이 무심하게도 세월은 60년이 넘게 흘렀다.
더 안타까운 것은 여태 영면을 못 한 채 북녘 땅에 불귀의 객으로 남아 있는 5만여 국군의 유해다. 이름 석 자 대신 '자유'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으나 그들은 아직도 전장에 버려져 있다. 4만여 한국전쟁 전사자'실종자 유해를 고향으로 데려가기 위해 미국은 여태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태 손도 대지 못했다. 이러니 마지막 1구의 유해까지 모두 거두지 않는다면 6'25는 끝났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나.
이런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외면하고 자유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정치 세력들은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친다. 부조리하다 못해 참담한 현실이다. 진실을 뒤집고 호도하는 불순 세력들이 활개치는 이 땅을 향해 먼저 간 그들은 무엇이라 말할까. 종북 세력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는 아무 조건 없이 자기 몸을 내던져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해준 전몰 용사들의 그것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하고 궁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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