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의 참뜻을 가요로 일깨워
이번 주부터 '이동순의 가요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와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며 문학 및 가요평론가입니다.
중국의 칭다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이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는 한글 간판도 흔하게 보이지요. 어느 해 초겨울, 칭다오의 한국 교민을 위문하는 공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경복궁'이란 식당의 넓은 홀이 공연장이었는데, 초저녁부터 많은 교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날 저는 고향과 어머니를 테마로 한 노래들만 주로 골라서 함께 듣고 부르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마침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를 때였습니다. 객석 뒤에 앉아있던 한 중년부인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연신 찍어대더니 기어이 흐느껴 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눈시울이 불긋불긋해졌지요. 효(孝)라는 글자는 늙을 노(老)와 아들 자(子)가 합쳐진 것이라고 합니다. 자녀가 늙은 부모를 업고 있는 형상을 나타낸 글자로 부모나 조상을 잘 섬겨야 한다는 참뜻을 담고 있지요. 오늘은 그러한 효도의 참뜻을 머금고 있는 노래 한 곡을 여러분과 함께 들어보기로 하지요.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님이 드디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니
북망산 가시는 길 그리도 급하셔서/ 이국의 우는 자식 내 몰라라 가셨나요/ 그리워라 어머님을 끝끝내 못 뵈옵고/ 산소에 어푸러져 한없이 웁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러한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가면 갈수록 더욱 애틋한 눈물겨움으로 우리 가슴에서 되살아납니다. 어머니께서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언제나 우리를 무한정한 사랑으로 돌봐주셨고, 살아계실 때나 돌아가신 후에나 항상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어머니의 사랑이 우리를 살뜰하게 돌보아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래 가사 속의 어머니는 성공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난 자식을 위해 노동과 기도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그 아들이 고향집으로 돌아오기 전, 몸에 병이 들어 그토록 몽매간에도 그리던 아들을 끝내 보지 못하고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군요. 뒤늦게 돌아온 자식은 어머니 산소 앞에 엎드려 통곡을 하는 장면으로 이 노래의 영상이 마무리됩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진방남(秦芳男)은 1917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했습니다. 본명은 박창오(朴昌吾)이며, 작사가 반야월(半夜月)과 같은 사람입니다. 일제강점기 후반에 가수로 데뷔해서 활동하다가 광복 후에 작사가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요.
그가 가수로서 발표한 대표곡으로는 '꽃마차''불효자는 웁니다''마상일기''그네줄 상처''잘 있거라 항구야''사막의 애상곡''눈 오는 백무선''키타줄 하소''오동닙 맹서''북지행 삼등실'등이 있습니다. 흔히 가요사의 평자들은 진방남의 창법을 '꽁꽁 다져진 듯 옹골차고 매력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빈틈이 없는 특이한 음색'이라 해설했는데, 특히 노래 가사의 의미를 잘 해석하고 새겨서 표현하는 가수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진방남이 불렀던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살펴보면 대개 유랑민의 서러운 심정, 가족이산, 성공에 대한 다짐, 향수와 탄식 등으로 넘실거립니다. 주로 식민지 시대 삶의 애환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지요. 식민지 시대의 모든 가수들의 생애가 그렇듯 진방남도 고난의 청년기를 보냈던 듯합니다. 철물점 직원, 고물상 잡부, 양복점 점원 등의 경력을 거쳤으니까요.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노래를 불러서 그 고통을 삭이며 이겨가는 꿋꿋함과 낙천성을 지녔기 때문에 마침내 훌륭한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영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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