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의 토트네스란 마을과 덴마크 로스킬드라는 곳의 한 시골 농가에 들렀다. 서울 밖을 모두 '촌'(村)으로 보는 우리 눈엔 두 곳은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 동네다. 인구 8천 명인 토트네스. 런던서 차로 4시간 30분 걸리는 남서쪽 외진 마을. 영국인은 물론 외국인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국내 환경 생태 활동가도 찾는다. 마을공동체 운동인 'TTT'(Transition Town Totnes'전환 마을 토트네스) 때문이다.
이는 쉽게 말하면 주민 힘으로 토트네스 마을을 바꿔보자는 자활(自活)의 몸부림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TTT의 태동 배경은 우리 상황과 흡사하다. 석유 고갈과 에너지 소비 문제, 대형소매점 진출과 지역자금 역외 유출 및 지역경제 위축 등이다. 이 고민으로 출발한 TTT는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젠 주민의 인간관계 변화도 꾀하고 있다. 주로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둔 TTT는 태양열 지붕 지원 및 이웃과의 인적 네트워크화, 지역 농산물의 소비 촉진인 로컬푸드 활동과 지역 화폐인 '토트네스 파운드'(Totnes Pound) 유통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TTT는 점차 지역사회를 바꾸는 새 사업 발굴과 추진 주체가 되고 있다.
TTT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빗물 사용과 수돗물 절약 등을 유도하고 있다. 참여 가구당 연간 120만 원쯤 경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우수 가구엔 태양광 지붕 사업을 지원, 재생 에너지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태양광 지붕 사업은 정부도 나서 예산을 주고 있다. 또 6가구를 한 모임으로 묶어 상호 방문과 정보 교환으로 연결되는 인적 네트워크화와 이웃 간 정(情) 나누기로 이어지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 경우 지역 농산물 생산자는 주민 소비로 판로가 안정되고 있다. 주민은 믿을 수 있는, 가까이서 막 지은 농산물을 식탁에 올리고 있다. 상호 신뢰 구축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는 농산물 생산이라는 '주문형 생산' 가능성도 낳고 있다. 이곳에서만 쓰이는 토트네스 파운드는 '지역의 돈이 새지 않고 지역에서 돌고 도는 바구니'가 되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의 자활 실천은 이젠 국내외 관광 자원이 됐고 TTT 모델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덴마크 유기 축산 농가는 또 다른 자활 실천 사례가 됨 직하다. 수도 코펜하겐에서 30분 거리의 로스킬드. 한적하게 외떨어진 농촌 돼지 사육 농가의 영농 방법은 시사하는 것이 있다. 경력 13년의 농장주는 돼지 30여 마리를 키운다. 월수입은 400만~500만 원 정도. 덴마크 1인당 국민소득 6천900만 원과 얼추 비슷하나 큰 수입은 아니다. 전 직장보다 힘들지만 만족한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입원은 세 가지. 매달 파는 돼지로 버는 300만 원쯤과 아르바이트 부업 수입, 농장 내 작은 가게인 '부틱'(Butik)의 각종 유기 축산물 판매 수입 및 농장 방문객 안내'강의 수입으로 이뤄진다. 그는 혼자 일하며 무리하지 않는 영농을 하고 있다. 전국 평균(63㏊)도 안 되는 13㏊의 작은 농장 규모에 맞게 돼지를 키운다. 사료의 자급자족화, 영농 시설비 적정화 및 중고품 시설 활용도 그의 영농법이다. 개인 판매도 한다. 마을에서는 유기 축산 1호이고, 소비자 신뢰도 괜찮아 개별 주문에 응하고 직접 배달도 하는데 값은 오히려 괜찮다. 그는 자신의 영농 자산을 최대한 활용한 영농 마케팅으로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말하자면 자활 영농을 실천하고 있다.
이 두 사례를 보는 눈은 다를 수 있다. 별로 새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배울 점도 있다. 그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자활을 원했다. 그리고 '실천했다'. 마을공동체가 처한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토트네스 마을 주민의 활동과 주어진 농업 환경을 십분 활용하는 로스킬드 시골 농민의 노력은 자활이다. 이는 우리가 40년 전 새마을운동 때 외쳤던 '자조'(自助)의 다른 모습과도 같다.
지금 대구는 전국 최하위 경제 수준에 허덕이고 있다. 경북의 농가는 갈수록 힘든 영농 환경으로 긴 한 숨을 쉬고 있다. 대구경북의 도시 농촌 모두 대형 공룡 소매점 폐해로 지역 사정이 말이 아니다. 대구는 이제 지역 소비 촉진 운동을 막 벌이려 한다. 먼 나라 '촌' 마을에서 보고 들은 '자활 실천' 이야기가 절로 생각나기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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