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무서운 중구 '걷고 싶은 거리'

입력 2012-05-24 10:09:18

100억 들인 사업 인도·차도 구분없어 위험

최근 새로 포장된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중부경찰서 간 도로가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어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근 새로 포장된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중부경찰서 간 도로가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어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2일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 앞 도로. 중구청은 최근 11억원을 들여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폭 12m의 혼용 도로를 시공했다. 인도와 차도는 높낮이 없이 노란색 선만으로 구분했다.

이 때문에 차량과 보행자들이 뒤엉켜 다녔고, 보행자들은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종종걸음쳤다.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도 없다.

박모(74'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 되지 않아 차량이 많으면 인도로 오토바이를 몰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이 가로 개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장애인 점자블록도 설치하지 않았다.

중구청은 지난해부터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곳곳에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종로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국채보상로~북성로) 사업과 대봉로 인도 설치 공사(봉산육거리~대봉네거리) 사업은 완료됐고, 전통문화거리 조성(경상감영공원 주변) 사업은 다음달 완료된다.

권모(45'대구 중구 서문로1가) 씨는 "인도로 차가 들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어 인도로 다니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며 "보행권보다는 보여주기 위해 인도를 만든 것 같다"고 불평했다.

대구시지체장애협회 이승수 과장은 "점자블록은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과 안전을 고려해 설치하는 것인데 이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대구대학교 이영우 교수(토목공학과)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은 것은 보행자의 안전을 포기한 것"이라며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교통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인도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폭이 좁은 소방도로에 인도를 새로 만들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고. 횡단보도 앞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했다"며 "앞으로 교통 단속을 철저히 하고 인도와 차도 사이에 가로등과 가로수를 설치해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아 안전한 보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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