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킨 보육원생 인사 올때 가슴이 뭉클"
"보육원에서 만난 장애인 양딸이 결혼을 한다니 정말 기쁩니다. 남편과 함께 평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보육원 아이들을 친부모처럼 보살펴주는 천사 발명가 정구관(47) 씨. 요즘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장애아동시설에서 봉사를 하다가 2살 때 양딸로 삼은 김미소(24) 씨가 내달 9일 구미에서 우체국 직원인 백성훈(31) 씨와 백년가약을 맺기 때문. 정 씨는 결혼을 앞둔 딸을 3개월 전부터 자신의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결혼준비를 해주느라 분주하다. 딸은 왼팔을 못 쓰고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미소는 항상 얼굴이 미소처럼 해맑다 해서 미소라 이름지었다네요. 20년 넘게 봤지만 미소를 잃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미소는 추억의 순간을 남길 예쁜 야외 웨딩사진도 찍었다. 정 씨의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무료로 웨딩사진을 촬영해주었다.
"미소를 큐레이터로 키우고 싶어요. 미소를 만난 이후로 그림을 보는 것을 많이 가르쳐 주었지요. 지역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꼭 데리고 가서 함께 그림 감상을 했어요. 결혼 후에도 그림 공부를 계속해 큐레이터의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어요."
정 씨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부모처럼 여겨진다. 대구 애망원, 성보재활원 등 4, 5곳의 복지시설을 다니며 20년 넘게 아동보육을 돕고 있다. 보육원 봉사를 하면서 지금껏 결혼시켜 준 원생만도 벌써 5명이나 된다. 발로 그림을 그리는 24살의 족화(足畵) 원생도 보살펴주고 있는데 배우자만 나타나면 결혼시켜줄 생각이다.
"한때 쿵푸 체육관을 운영하다 보육원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대회에 나가 다치고 보니 몸이 성하지 않은 보육원 아이들이 생각나서 봉사를 시작했죠."
1985년 쿵푸 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무궁화봉사단을 조직했다. 지금은 일반인 봉사자가 많지만 매월 한 차례씩 보육원을 찾아 화장실 청소, 아이들 밥 먹여주기, 물리치료 등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에 나설 때마다 부인과 대학생 딸 2명도 함께하고 있다.
성보재활원 원생들을 위해 특수 하모니카도 15개 무료로 제작해줬다. 특수 하모니카는 원생들이 양손이나 한쪽 손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하모니카보다 음이 세밀한 하모니카 3개를 묶어 목에 걸 수 있도록 제작했다. 장애아동들을 위한 이동용 특수의자, 특수변기 등도 제작해 수시로 보육원에 전달하고 있다.
"저의 도움으로 결혼한 보육원생들이 고맙다며 자주 인사를 와요. 어버이날에는 직접 만든 예쁜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해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는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보육원 장애아이들에게 재능을 가르쳐 성년이 되면 생활공동체를 마련해 주겠는 것이다. 예컨대 대구시내에 점포를 내어 그림을 그리고 판매하는 공동 공간을 말한다.
어릴 때부터 뭘 만들기를 좋아했다는 정 씨는 발명가의 길을 걷고 싶어 체육관 운영도 그만뒀다. 발명가 인생 15년째인 그는 그동안 발명특허 16개, 제품개발 200건이 넘는다. 그는 수상 자전거, 전자수갑, 굴삭기 절단기 등 제품개발이 수두룩하다. 사진동호회 '사광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사진예술의 세계에 매료돼 2년째 사진을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기도 하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