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초유의 흥행을 기록했다. 성공의 요인을 살펴보면 콘텐츠 자체의 우수성이나 성공한 원작으로 제작된 여름 방학 특수 등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작품 속 이야기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어른도 함께 볼 수 있는 '동화'라는 점 역시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서로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의 마음,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아에 눈뜨는 주인공, 공동체가 가지는 의미와 미래에 대한 끝없는 이상 등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계속되어온 여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종반부에 보여주는 어미 '잎싹'을 같은 엄마인 '애꾸눈' 족제비가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죽이게 되는 장면은 필자 역시 마치 우리가 사는 현실의 어느 지점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슬펐고 또한 공감했다.
인류가 아무리 최첨단을 달리며 문명화되고 세상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있다 하더라도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은 우리의 인생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사회와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경쟁과 혁신을 강요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을 도태시키는 모습을 인생의 곳곳에서 보게 된다. 아마 부모에게 족제비가 왜 울고 있느냐고 묻는 아이들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는 이미 생존경쟁을 위해 현실과 대면하고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현실은 영화 속 생태계의 모습보다 훨씬 잔혹한 면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배고픔을 채워줄 사냥이 끝나면 더 이상 살상을 하지 않는 데 비해 인간은 거의 유일하게 포만감 이후에도 욕심을 위해 더 많은 생물을 사냥하고 저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가지기 위해서 동료를 압박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선이라고 믿는 다수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도 발생한다. 사실 이러한 현실이야말로 닭이나 청둥오리를 사냥하는 공포의 대상인 족제비보다 훨씬 무서운 일이다.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믿는 가치들은 어쩌면 자연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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